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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세대차, 3040 부정적 검색 5060보다 많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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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04면

[SPECIAL REPORT] 세대 갈등

직장인 이지훈(31)씨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다 60대인 아버지와 작은 언쟁을 벌였다. 계기는 이씨의 혼잣말. 중계방송을 보던 중 ‘(합의 내용들이) 실제로 되겠느냐’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를 들은 아버지는 “민족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두고 왜 그리 냉소적이냐”며 역정을 냈다. “삐딱하게 굴지 말고 순수하게 기뻐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SKT 음성검색 빅데이터 분석 #통일 등 긍정 단어 100개 말할 때 #30대, 부정적 언급 13.4회로 최다 #“5060에게 북한은 화해의 대상 #냉전 때 성장한 3040은 거부감”

하지만 이씨는 지금도 아버지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씨는 “남북 정상회담이 잘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통일이 될 것이란 기대나 북한 사람들을 반겨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북한을 자연스레 같은 민족이라 생각하는 아버지 세대와 현재의 분단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세대 간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통일·종전 vs 북핵·미사일·전쟁 분석

대한민국이 세계 27개 국가 중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세대 갈등이 심각한 나라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도 세대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SUNDAY가 SK텔레콤 AI(인공지능) 사업유닛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까지 SK텔레콤이 운영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음성검색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와 차량용 T맵, 각 가정의 Btv셋톱 등을 통해 수집된 4억3000만 건의 음성검색(발화·發話)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SK텔레콤은 전체 음성검색어 중 통일·평화·종전 등 20여 개 단어를 북한과 관련한 긍정적인 검색어로, 전쟁·미사일·북핵 등 20여 개 단어를 부정적인 검색어로 분류한 뒤 각각의 검색어가 전체 북한 관련 검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 세대별 검색 빈도 차이는 가중치를 넣어 보정했다. SK텔레콤은 “실시간 음성검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의 문자로 된 검색 대신 음성검색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세대 간 반응은 분명하게 갈렸다. 우선 지난달을 기준으로 30대의 경우 북한과 관련한 긍정 검색어 대비 부정 검색어의 비율은 13.4%였다. 북한과 관련해 긍정적인 질문 100개가 던져지는 동안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나 질문은 13.4회 이뤄졌다는 의미다. 분석 대상 연령대 중 부정적인 검색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40대의 경우 긍정 대비 부정 검색어 비중은 12.6%였다.

반면 50대는 7.8%, 60대는 5.5%였다. 60대와 비교할 때 30·40대의 부정적 검색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적어도 북한 관련 이슈에 한해서는 30·40대가 50·60대보다 더 보수적인 시선을 가진 셈이다.

분석 결과 20대는 긍정 대비 부정 검색어 비중이 11.3%였다. 전 연령대의 평균 수준(11.6%)과 비슷했다. 즉 20대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한 이슈와 관련해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유보적 입장을, 30·40대는 전체 평균보다 더 부정적 입장을, 50대 이상은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분석을 주도한 윤경아 SK텔레콤 AI분석 담당 리더는 “북한에 더 익숙한 50·60대는 이들을 화해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면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성장한 30·40대는 장년층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세대별 인식 차이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건·사고에 대한 기억과 태도가 쌓여온 것인 만큼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단기간에 바뀌거나 상처가 치유되긴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전 연령층을 기준으로 볼 때 남북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에 따라 부정적·긍정적 검색 비중이 요동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한 예로 40대의 부정적 검색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는 올해 초(23.2%)였다. 당시는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9월과 11월도 전 연령층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엔 6차 핵실험(9월 3일)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11월 29일)이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북한에 좀 더 부정적

남북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효과도 두드러졌다. 우선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 관련 음성검색 자체가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의 북한 관련 검색 전체 규모를 100이라고 볼 때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209로 커졌다. 당시와 비교할 때 북한에 대한 관심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부정적인 검색어 자체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 연령층을 기준으로 지난 3월 16.7%였던 긍정 대비 부정 검색어의 비중은 지난달 11.6%로 5.1%포인트 줄었다. 부정 검색어 비중 감소폭 또한 연령대에 따라 달랐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검색이 잦았던 30·40대는 부정 검색 비중이 2.8~7.7%포인트 줄어든 반면 이보다 북한에 너그러운 편이었던 50·60대는 부정 검색어 비중이 1.2~3.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리더는 “50·60대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검색 자체가 다른 연령대보다 적었던 만큼 정상회담 이후에도 부정 검색어 비중의 감소폭이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별을 기준으로 보면 여성이 북한과 관련해 좀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여성 응답자의 북한 관련 부정적 검색 비중은 12.1%였던 데 비해 남성은 11.1%를 기록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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