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왜 항의성 협조 요청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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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교통경찰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고, 한 시민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대구 두류공원으로 봄나들이 나온 어린이들이 눈에 먼지가 들어가자 물로 닦아내고 있다. 전국적인 심한 황사로 인해 놀이공원은 평소 주말과 달리 한산했다. [AP=연합뉴스]·김상선·조문규 기자

황사 예방, 유럽의 다자협력 방식 따라야

중국.몽골발 황사의 피해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정부에 보다 적극적 외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황사가 단순한 불청객이 아니라 공해물질까지 함유한 오염물질로 둔갑하면서 중국에 '항의성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문들이다.

◆ 외교부 대응은=신부남 외교부 국제경제국 심의관은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에 황사 대책과 황사 정보 통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한.중 환경공동위에서도 지난해 6월 체결된 '황사 정보 공유 양해각서'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중국 측의 조기 황사예보가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 심의관은 "중국 환경보호총국이 보유 중인 43개의 황사 관측망 가운데 황사 발원지와 한반도 이동경로상에 있는 6개 관측소의 황사 관측자료 제공에 대해서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동시에 중국 내 황사 발원지 식수 사업도 진행 중이다. 황사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장기 협력사업이다. 여기에는 일본 등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 동북아 환경협력 고위급회의, 유엔 차원의 협의를 통해서도 황사 대책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황사 피해가 도를 넘어서면서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에서 황사가 발생해 이번 주말 같은 피해가 일어났으면 반일 항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큰 소동이 났을 것"이라며 "우리 외교 당국이 통상마찰을 우려해 전반적으로 중국에 너무 관대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국제법.국제 관례는=정부의 대중국 황사 대책은 국경을 넘는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국제법 해석과 맞물려 있다. 1972년 채택된 스톡홀름 인간환경선언은 "모든 국가는… 자국의 환경이나 자국 관할권 외의 지역에 피해를 일으키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국제 관례는 다른 나라에 주의 의무를 통보할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따르고 있다. 피해를 일으킨 국가에 책임까지 지운 사례는 없다.

1930년대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트레일 제련소 사건'은 대표적 국가 간 환경오염 문제이나 제련소 측과 피해자 간 민사소송이라는 점에서 황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사건은 미국 접경 캐나다의 트레일 제련소가 미국 워싱턴주 사과농장에 아황산가스 피해를 일으키면서 농가가 미국 정부에 개입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양국과 중립국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중재재판소에 이 사건을 회부했고, 재판소는 캐나다 측에 40만여 달러를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국가 책임의 원칙은 제시했지만 현재의 국제 관례상 이런 판결이 다시 나오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들이다. (소병천 법학박사)

이에 따라 중국.몽고발 황사 해법도 유럽의 다자협력 접근 방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79년 유럽 이외의 국가를 포함해 33개국이 서명한 '장거리 대기오염 물질 이동에 관한 협약'은 대표적 예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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