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지르고 김성태는 톤다운 … 남북정상회담 평가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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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가 3일 오후 특검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가 3일 오후 특검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4·27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6·13 지방선거 후보들의 뜻을 담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은, 진정한 남북평화와 핵 폐기를 위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새롭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1000만 관객 영화 욕할 수 있나 #문 대통령 어찌 됐든 간에 잘한 것” #홍 “김정은 세번째 호흡기 달려 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에서 “근래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당의 입장과 관련해 국민 인식과 생각에 우리가 못 따라가는 것 아닌가 하는 자조도 많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남북 위장평화쇼’ 등 강경 발언을 연일 내놓은 데 대해 남경필·김태호·유정복·박성효 등 광역단체장 후보들마저 “과하다”며 선 긋기에 나서자 김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4선의 강길부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홍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탈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 등 당내 ‘반홍 정서’가 커지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을 천만 관객 영화에 비유하면서 “이미 영화는 1000만 관객이 들어서 흥행에 성공해 버렸는데, 우리가 형편없는 영화, 볼품없는 영화를 왜 봤느냐고 하면 결국은 1000만 관객을 욕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낸 것은 어찌 됐든 간에 잘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가진 적이 없다”며 “다만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이야기하면서 핵 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을 비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남북정상회담의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표현 방식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공천자 연수 특강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이) 세번째 호흡기를 달기 위해서 문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이번 판문점선언에 핵폐기란 말이 단 한마디도 없다”며 “2007년 노무현과 김정일이 합의했던 핵폐기 절차는 한 줄도 없는데 마치 핵폐기가 된 양 전부 환영하는 게 맞냐”고 말했다. 그는 출마자들에게 “남북평화쇼가 태풍이 돼서 몰려오는 데 숨을 곳이 있나”라며 “중심을 지키지 못하면 태풍에 휩쓸려간다. 피할 생각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받아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같은당 정종섭 의원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평가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발언과 연설을 보면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신영복은 명백히 간첩이다. 대학생과 육사생도를 김일성 사상으로 무장시키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다 잡힌 주범인데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존경한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도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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