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논란’ 끝에…하늘나라로 떠난 영국 아기 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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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으로 의식을 잃고 연명 치료를 받던 알피 에반스(왼쪽)가 28일 새벽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영국 시민들은 알피의 연명치료 중단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오른쪽) [뉴스1, 로이터=연합뉴스]

희소병으로 의식을 잃고 연명 치료를 받던 알피 에반스(왼쪽)가 28일 새벽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영국 시민들은 알피의 연명치료 중단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오른쪽) [뉴스1, 로이터=연합뉴스]

연명 치료를 두고 부모와 병원이 법정 다툼을 벌여 안타까움을 샀던 영국 아기 알피 에번스가 결국 23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알피의 부모는 28일(현지시간) 자신들의 SNS를 통해 에번스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엄마 케이트 제임스(20)는 "오늘 새벽 2시30분에 우리 아기에게 (천사의)날개가 돋아났다. 가슴이 찢어진다.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 감사한다"는 글을 남겼다.

아빠 토마스 에번스도 "나의 검투사가 항복했고 날개를 얻었다. 가슴이 찢어진다. 아들아, 사랑한다"고 적었다.

2016년 5월에 태어난 알피는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생후 19개월 만이었다.

뇌가 자라지 못하는 선천성 희소병을 앓던 알피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연명 치료를 받아왔다.

병원 측은 알피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반(半) 식물인간 상태로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명 치료는 알피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비인간적 행위라며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불치병을 앓는 아기 알피 에번스의 연명 치료를 지지하는 현수막과 풍선들이 붙은 영국의 버스 [AFP=연합뉴스]

불치병을 앓는 아기 알피 에번스의 연명 치료를 지지하는 현수막과 풍선들이 붙은 영국의 버스 [AFP=연합뉴스]

하지만 알피의 부모는 이에 반발했고, 병원의 결정을 재고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부모와 병원 간의 법정 다툼은 4개월 간 이어졌지만, 영국 법원은 연이어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알피의 아빠는 지난 18일 바티칸으로 날아가 교황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교황은 "오직 하느님만이 생명을 주관할 수 있다"며 알피가 교황청 산하 아동전문병원인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의 치료 지원 의사에 이탈리아 정부도 알피에게 시민권을 발급해 알피가 로마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길을 열었다.

하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알피에 대한 사법 관할권이 영국에 있다며 이송을 허용하지 않았고, 끝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알피는 지난 23일 산소호흡기를 뗐다.

알피는 그로부터 5일 만인 28일 오전 숨을 거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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