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 아웃링크, 열린자세로 타당성 검토중”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가 포털에서 뉴스 클릭시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에 대해 “열린 자세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직후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아웃링크 방식에 대해 “언론사 및 유관기관의 의견을 듣고 협의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네이버에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온 반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25일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도 아웃링크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고, 당사자인 언론과의 합의가 전제된다면 아웃링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전방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현재 인링크 방식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 300여 개 언론사의 기사를 인링크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의 온라인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뉴스 홈에서 기사 본문과 사진 등을 보게 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 인링크 기사에 댓글 기능과 공감·비공감 등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붙인 후, 다시 ‘댓글 많은 기사’, ‘공감 많은 기사’ 등 랭킹을 매기며 사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드루킹’ 김모(49)씨 같은 같은 댓글 조작 세력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클릭ㆍ댓글ㆍ공감 많은 순으로 기사나 댓글을 보여주는 네이버 서비스를 악용한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실이 알려진 후 네이버는 ▶뉴스서비스 댓글을 삭제하고 ▶‘인링크’ 폐지후 ‘아웃링크’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이달 초 대표발의한 신문진흥법 개정안에서는 ‘온라인뉴스사업자들의 인링크 뉴스를 금지’하고 있다. 아웃링크로 전환되면 현재 네이버뉴스에 집중된 사용자 트래픽이 개별 언론사로 분산된다. 국내 뉴스 소비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뉴스를 아웃링크로 바꾸면 24시간 내내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사용자 유입 통로로 활용해온 포털 사업의 특성상 네이버의 광고 플랫폼으로서 가치도 일정 부분 하락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남찬기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언론사가 포털에 공급한 뉴스가 포털의 검색광고 영업이익의 18.7%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박 속에서 네이버 내부에서도 인링크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인링크를 고집하는 것이 네이버에 진짜 유리한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트래픽 관리비나 언론사에 지급하는 전재료 등 뉴스 서비스 운영 비용을 미래 기술 투자에 투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한성숙 대표도 “이런 이슈로 네이버가 계속 언급된다면 네이버라는 브랜드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댓글·공감 수를 제한한 댓글 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네이버의 댓글 개편안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플랫폼에서 댓글이 여론 조작으로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적당한 미봉책으로 피해 가는 건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현재 논란이 있고 국회에서 대책을 마련 중인데 방통위가 입장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국회가 방통위에 의견을 묻는 등 절차가 있다면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1조 3091억원)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R&D 투자 영향으로 영업이익(257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감소했다. 2013년 NHN엔터테인먼트 분사 이후 줄곧 오르던 영업이익이 처음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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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련·강기헌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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