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은 무엇이 두려워 ‘드루킹 특검’을 막아서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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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드루킹’ 김동원씨와 그와 함께 활동한 다른 김모(필명 파로스)씨가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돈을 받고 선거운동을 한 의혹이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사안이다. 선관위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 초까지 총 8억원가량이 두 사람 관련 계좌로 입금된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당시 드루킹 김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조직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 활동을 했다. 그런데 검찰은 선관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지 5개월 뒤에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검찰 측은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을 때 연결 계좌에 대한 부분이 기각돼 수사가 100%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는데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서 8억원의 출처가 어느 정도 조사됐는지 밝혀야 한다.

‘8억원 수사’ 무혐의 등 의혹 커져 #“대선 불복이냐” 윽박은 적반하장

김씨 관련 의혹은 나날이 확산 중이다. 경찰 수사에서는 김씨 일당이 댓글 추천 조작 때 매크로(자동입력 프로그램)가 아니라 ‘패킷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도구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매크로를 활용해 손으로 할 작업을 반복하게 한 것이 아니라 댓글이 달린 곳의 서버에 허위 신호를 보내는 고도의 조작 기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매크로는 수십만원을 주면 구할 수 있지만 패킷 프로그램을 쓰려면 수천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패킷 프로그램 사용이 사실이라면 김씨가 이를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도 반드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인 ‘달빛기사단’도 특수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들이 인적(人的)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이다. 이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네이버 등 포털들은 기계적 조작이 의심스러운 댓글 활동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밝히고, 경찰은 정부 지지·비판 세력을 가리지 말고 온라인 여론 조작에 대한 총체적 규명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처럼 의혹들이 실타래처럼 얽히며 점점 커가고 있는데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김씨 일당의 자금 추적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김경수 의원이나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사건 핵심 관계자 소환조사도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에 증거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야당들이 특검 도입을 위한 법안을 내자 더불어민주당이 막아섰다. 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대선 불복이 한국당의 존재 목적이었던 것”이라며 ‘정부 부정 프레임’으로 사건을 끌어들였다. 댓글 조작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누가 드루킹을 움직였는지를 규명하자는 목소리에 대뜸 ‘그럼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윽박지르는 격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처럼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는 것인가. 민주당 정치인들은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때를 떠올리며 초심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