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국 막은 한국GM … 이젠 GM 책임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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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GM 노사가 ‘데드라인’ 직전 극적으로 자구 계획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법정관리를 피했다. 사측이 군산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장기 무급휴직안을 철회하고, 노조가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등을 받아들인 결과다. 노사는 ‘미래발전위원회’와 ‘부평2공장 특위’를 만들어 회사 경영정상화 방안과 신차 배정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내일·모레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합의안은 확정된다.

노사의 타결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경영 위기 앞에서 노사가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벼랑 끝 협상’이라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한 것은 아쉽다. 이번 GM 협상에서나, 지난 금호타이어·STX조선 경우에서나 더 이상 노사문제에 ‘정치적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모두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일단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GM과 정부·산업은행 간의 협상이라는 산이 남아 있다. 당장 GM 대출금의 출자 전환과 대주주 차등 감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등 감자가 없으면 GM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할 경우 산은 지분이 1% 이하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산은이 GM의 일방적 경영에 대해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먹튀’같이 우리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꼭 필요하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경영 실사 중간보고서를 통해 노사 합의 후 회사 측의 경영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면 극적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한국GM에 대한 GM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실효성 있는 경영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대주주 책임과 지속 가능한 생존 방안이라는 지원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