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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상회담 직전 꺼진 대북 확성기 … 비핵화로 다시 틀 일 없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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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군이 23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확성기 40여 대를 껐다. 남북 정상회담(27일) 주간의 긴박한 장면 중 하나다. 1963년 5월 1일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서 처음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중단됐다가 악화됐을 때는 다시 켜지기를 55년간 반복해 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정부가 전격 중단한 것은 북한의 ‘핵 동결’ 조치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다. 부디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둬 대북 확성기를 다시 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앞서 북한은 21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를 중단키로 결정하고, 그 실천 조치의 하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여정을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할 이런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특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비핵화 또는 핵 폐기란 단어는 쓰지 않은 채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핵보유국이라도 된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물론 이런 태도가 북한의 대내용 스탠스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믿음’과 달리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 천명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핵 동결 선언만으론 비핵화가 북한의 진의인지 충분히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과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확실한 비핵화 메시지를 선언문에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결국 남북을 넘어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