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군기강 허무는 데 앞장선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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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방부가 군 내 동성애 처벌 규정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자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병이 다른 부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방부가 최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원칙 없이 병역특례 혜택을 주기로 해 비판받더니 이번에는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하지 않고 별 탈 없이 군 생활을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국방부가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 금지, 본인 동의 없는 채혈과 에이즈 검사 금지 등의 지침을 만든 것은 인권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군 내 동성애 행위를 용인할 수는 없다. 병영은 남성끼리 생활하는 폐쇄된 공간이다. 동성애를 내버려 두면 병영 분위기를 망치게 되고 그러면 군 기강이 어떻게 되겠는가. 계간(鷄姦.남성 간 성교 행위), 기타 추행을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92조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변태적 성벽자를 현역 복무 부적합자로 처리해 강제 전역시키는 군인사법 조항도 유지돼야 한다. 지난해 동성애를 한 병사 11명이 이 조항에 걸렸다. 이뿐만 아니라 2003년 고참의 성 추행을 못 이겨 병사가 자살한 적도 있고, 군에서 10명 중 1명꼴로 성추행당했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은 동성애자로 밝혀지면 전역시키고 동성 간 성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우리보다 훨씬 엄하다. 영국도 공개적인 동성애를 처벌한다.

신병에게 부대 재배치 청구권을 주겠다는 발상도 문제가 있다. 이런 제도가 생기면 대다수가 편한 데로 가려고 하지 누가 전방이나 오지로 가겠는가. 부대별 주특기 구성도 엉망이 될 게 뻔하다.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사단 내에서 옮겨 주는 현행 제도를 활성화하면 된다.

신중히 검토하지 않고 군형법 조항 등을 허물면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이게 바로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국방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