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얻다 대고 막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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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한항공이 갑질 논란으로 또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 이어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업체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막말이 담긴 조현민 전무의 음성파일은 “얻다 대고 말대꾸야! 비행기 세워”라고 호통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 행태만큼 충격적이다. 당시 이 말은 표기법 때문에도 화제가 됐다.

“어따 대고 반말입니까?” “엇다 대고 큰소리치나?” “엇따 대고 물컵을 던지나!” 등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맞춤법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의 표기법이 제각각이었다. ‘얻다’가 ‘어디에다’가 줄어든 말임을 모른 채 대충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결과다. ‘어따 대고’ ‘엇다 대고’ ‘엇따 대고’는 모두 잘못된 표기다. ‘얻다 대고’로 고쳐야 바르다. 또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야 한다.

‘얻다’는 “얻다 내놓아도 손색없지”와 같이 쓰인다. ‘얻다’에 ‘가’를 더해 ‘얻다가’를 사용하기도 한다. ‘얻다가’는 ‘어디에다가’가 줄어든 말이다. “지갑을 얻다가 두었기에 못 찾니?”처럼 쓸 수 있다. 이 ‘얻다’에 ‘대고’를 붙이면 다소 점잖지 않은 말로 상대의 적절치 못한 언행을 시비하는 상황이 된다.

‘어따 대고’는 성립할 수 없다. ‘어따’는 “어따, 걱정도 많네”와 같이 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내는 감탄사이기 때문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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