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리설주냐, 이설주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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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를 어떻게 표기해야 하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방송에서는 대체로 ‘리설주’라 언급하고 있다. 신문에선 대부분 ‘이설주’라 적고 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두음법칙과 관계가 있다. 남한에는 두음법칙이 있지만 북한엔 없다. 남한에서는 여자(女子), 양심(良心)이라고 하는 데 비해 북한에선 ‘녀자’ ‘량심’이라고 한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북에서는 용암포(龍巖浦)를 ‘룡암포’로 표기한다. 성도 ‘리설주’처럼 ‘리’로 적는다.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적용되다 보니 ‘ㄹ’로 시작하는 단어가 아예 없다. 단어 첫머리에 오는 ‘ㄹ’은 발음이 거북해 ‘ㄴ’이나 ‘ㅇ’으로 바꾼다. ‘쾌락’의 ‘락’이 단어 첫머리로 가면 ‘ㄴ’으로 바뀌어 ‘낙원’이 된다. 외래어 표기 때만 예외적으로 첫머리에 ‘ㄹ’이 올 수 있다.

남북한의 이러한 두음법칙 표기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은 국립국어원이 이미 정리해 놓았다. 1992년 국립국어원은 북한 지명·인명 등 고유명사는 남한 어문규범에 따라 표기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북한 고유명사도 우리말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 어문규범에 맞게 써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지명은 물론 이름의 성도 두음법칙을 적용한다.

따라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이설주’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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