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도피 ‘소라넷’ 운영자 여권 무효처분…법원 “정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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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되기 전 ‘소라넷’ 사이트. [일간스포츠]

폐쇄되기 전 ‘소라넷’ 사이트. [일간스포츠]

법원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을 운영하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국외로 도피한 운영자에 대한 여권발급 제한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인 소라넷 운영자 송모씨가 자신에게 적용된 여권발급제한처분 및 여권반납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송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라넷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전시하도록 방조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죄 등 혐의를 받았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5월 송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송씨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6월 기소중지 됐다.

이후 외교부는 송씨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여권발급제한처분 및 여권반납 통지서를 송씨의 주민등록 말소 전 주소지로 발송했다.

통지서가 반송되자 외교부는 송달불능 상태로 보고 처분 통지서를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송씨는 자신이 소라넷을 운영한 적이 없고 불법 게시물을 걸러내는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권 무효화 처분은 사실오인에 의한 것으로 외교부는 재량권 일탈남용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권발급제한처분이 내려졌던 당시 제출된 증거를 보면 송씨가 징역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있다”며 “여권 무효화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여권 무효화로 송씨가 입게 될 불이익이 이 사건 처분의 공익상 필요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교부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씨가 아들의 건강상 이유로 귀국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점과 관련해 “송씨가 귀국하면 가정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국가 형사사법권 확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권반납 처분 공시송달이 부적법했다’는 송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정대리인 주소로 처분서를 발송하였음에도 2회 반송된 경우라면 반송 주체가 누구고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송달불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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