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높지만 복직은…" 유방암 따른 경제적 손실은 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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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병원에서 여성 환자가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한 대형 병원에서 여성 환자가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유방암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 64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존율이 높은 암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이 많이 걸리고 경력단절 후 직장 복귀가 힘든 탓으로 풀이된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 연구팀은 10일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경제활동에 참여한 여성 인구수와 이들의 암 발생 추이를 토대로 국내총생산(GDP) 영향을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서 여성 암과 GDP 영향 분석 #유방암으로 연 6420억 손실…15년 새 7배 #경제활동 가장 활발한 젊은 여성에 발병 ↑ #외형 변화 따른 위축·편견, 일터 복귀 주저

연구팀에 따르면 암(갑상샘 제외)으로 인한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2조7100억원(2014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1999년 4780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수치다. 암종 별로는 유방암의 GDP 손실이 두드러졌다. 유방암이 64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암(1890억원)-위암(1870억원)-폐암(1080억원)-간암(619억원)의 순이었다. 특히 유방암은 1999년(920억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15년 새 7배로 뛰었다.

유방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큰 데는 이른 발병과 여러 요인에 따른 직장 복귀 어려움이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유방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큰 데는 이른 발병과 여러 요인에 따른 직장 복귀 어려움이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유방암이 다른 암보다 손실이 큰 데는 발병 특성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유방암은 국내에서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꼽힌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35~64세 연령대에서 발생률 1위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암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흔히 발생하지만 생존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유방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2.3%로 다른 암과 비교하면 앞선다. 하지만 치료를 마친 뒤에도 여러 난관에 부딪혀 경제활동에 복귀하지 못 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방암으로 경력 단절된 여성이 외형적 변화에 따른 위축감과 두려움, 주변의 편견 등으로 일터에 다시 나서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암은 2012년부터 신규 환자 발생이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반면 유방암 환자는 매년 4% 안팎의 증가세를 보인다. 유방암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부담도 함께 커진다.

박연희 센터장은 "유방암은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지 않으면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이 경력이 중단되지 않고 원만하게 일터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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