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神 텔레파시 듣기 위해…” 무덤 파헤쳐 유골 훼손한 60대

중앙일보

입력

경기 이천 야산에서 무덤을 파헤쳐 유골을 훼손한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경기 이천 야산에서 무덤을 파헤쳐 유골을 훼손한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텔레파시로 지시를 받았다며 우주와 교신한다며 무덤을 파헤친 뒤 유골을 훼손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분묘발굴 및 사체손괴 혐의로 박모(60)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천시 장호원읍 일대 야산에서 새벽을 틈타 무덤 4곳을 삽으로 파헤친 뒤 유골을 밖으로 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장호원읍 일대에서 4차례 묘와 유골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인근에 거주하는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자의 소행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수사망을 좁혀갔다. 이후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주민 중 정신병력이 있는 박씨의 집 안에서 “팠던 묘지, 땅이 얼어 포기했던 묘지, 또 판다”라는 메모장을 발견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주의 신이 보내는 텔레파시를 듣기 위해 유골이 필요했다”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진술을 했다.

경찰은 또 현장에 남은 담배꽁초를 수거해 DNA 검사를 한 끝에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현장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2007년 사건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박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박씨는 11년 전인 2007년 2월 장호원읍에서 한 차례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1년 가랑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의 땀이 묻은 수건 1장 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범인의 DNA를 보관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공소시효가 끝나 미제로 남았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조현병 환자로, 특별한 직업도 없고 피해자들과의 연관관계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정신이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박씨가 현재 11년 전 범행과 일부 범행에 대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박씨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