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헤서웨이·셀레나 고메즈도 고객 “한국 특유의 손맛 통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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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앤 헤서웨이·셀레나 고메즈·벨라 하디드 등 미국의 유명 셀럽들을 고객을 둔 네일리스트 최진순씨. 깨끗한 바탕에 점과 선으로 포인트를 넣는게 특징이다. [사진 최진순]

앤 헤서웨이·셀레나 고메즈·벨라 하디드 등 미국의 유명 셀럽들을 고객을 둔 네일리스트 최진순씨. 깨끗한 바탕에 점과 선으로 포인트를 넣는게 특징이다. [사진 최진순]

“네일은 패션의 마침표에요.”

재미 한인 네일리스트 최진순씨 #뉴욕서 섭외 1순위 뷰티 전문가 #마크제이콥스·마이클코어스 협업

미국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뷰티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인 네일리스트 최진순(55)씨의 말이다. 마침표 없이 글이 완성되지 않듯, 패션을 완성하는 데 네일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가 지난달 열린 ‘2018 네일 엑스포 코리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7월 호 이탈리아 보그 커버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최진순]

지난해 7월 호 이탈리아 보그 커버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최진순]

27년 경력의 최진순씨는 보그·코스모폴리탄·엘르 등 유명 잡지 커버와 화보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2001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8페이지에 걸쳐 그의 네일 화보를 게재해 화제가 됐다.

유명 스타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앤 헤서웨이·셀레나 고메즈·벨라 하디드 등을 비롯 수많은 셀레브리티를 고객 리스트로 확보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필립 림·마이클 코어스 등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 역시 쇼가 있을 때면 늘 최씨에게 네일 연출을 맡긴다.

2011년 프라발 구룽 쇼에선 한국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였다. [사진 최진순]

2011년 프라발 구룽 쇼에선 한국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였다. [사진 최진순]

그의 네일은 패셔너블하다. ‘네일 아트’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요란한 스타일이 아니다. 깨끗하게 컬러를 바르고 점 하나, 선 하나를 더해 손톱이라는 15mm 캔버스 위에 세련된 모던 아트를 완성한다. 네일 아트를 할 때 주로 영감을 받는 분야도 현대 미술 쪽이다.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앤디 워홀처럼 경쾌한 팝 아트를 연상케 하는 네일 아트가 손톱 위에 펼쳐진다.

최씨는 “뉴욕의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며 매 시즌 새로운 작품을 상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며 “그 외에도 옛날 영화를 보고 미술 역사·건축·패션 등을 공부하며 리서치 작업을 많이 한다”고 작업 비결을 밝혔다. 2014년에는 유럽의 미술·가구·건축에 나타나는 중국풍 양식을 일컫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붉은 네일 컬러와 반짝이는 은색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2011년에는 뉴욕패션위크 중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쇼에서 한국의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프라발 구룽 쇼에선 한국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였다. [사진 최진순]

2011년 프라발 구룽 쇼에선 한국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였다. [사진 최진순]

남대문시장에서 옷 디자인을 했던 최씨는 스물여덟 살이던 1990년 1월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시애틀에 살던 언니에게 400달러를 꿔 뉴욕의 한인 네일숍에 취직했다. 최씨는 “네일숍에서 손님들과 얘기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워낙 서글서글한 성격 덕에 손님의 추천으로 고급 헤어 살롱의 네일 서비스를 하게 됐고, 네일 홈서비스도 시작할 수 있었다. 최씨는 “손님이 선물해 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홈서비스를 했다”며 “그러다 한 손님으로부터 네일 촬영에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길로 뉴욕 맨해튼의 가장 큰 서점에 가 패션 잡지 50권에 실린 뷰티 에디터의 e메일 주소와 회사 주소를 적어왔다. 모두에게 홍보 메일을 보냈는데 그 중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가 바로 코스모폴리탄 뷰티 디렉터 안드레아 포메란즈였다.

2001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화보가 나간 뒤 커버걸·메이블린·로레알 등 뷰티 하우스와의 작업이 들어왔다. 2018년 현재 그는 맨해튼에서 4개의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다. 최씨는 “운도 좋았지만 한국 사람 특유의 치밀함, 좋은 손맛이 통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가 두고두고 자산이 됐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2012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네일 브랜드 ‘진순(JINSOON)’도 론칭했다. 한국에는 2014년 직진출했다가 올해부터 네일 브랜드 반디와 협업 형식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씨는 “올 봄에는 팝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파스텔컬러에 주목하라”며 “컬러를 깨끗하게 바르고 도트·체크 등의 무늬로 포인트를 주면 근사할 것 같다”고 권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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