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혐오스러운 민주당 폭력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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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저께 민주당의 당무회의를 보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입에 올리는 것이 혐오스러워진다. "때려잡아" "밟아버려" 등 뒷골목에서나 들음직한 상스러운 욕설이 난무하고 멱살과 머리채를 잡고 격투를 벌인 아수라장은 정치개혁의 명분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국민은 도대체 민주당이 왜 그런 난투를 벌여야 하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신.구주류는 그런 난장판을 통해 상대의 부당성을 홍보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명분을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추한 모습을 만들어낸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민주당 내 각 정파는 사망선고를 받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내년 총선을 떠나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염증과 한탄만 쌓이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내외 시국의 엄중성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내부 권력다툼에 골몰해 왔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4강이 모두 달려들 정도로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연중 내내 고조되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난으로 기업.노동자 할 것 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등 사회불안은 높아만 가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해외로 빠져나가고, 실업증가.가계부실로 절망한 서민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국민은 이제 바닥을 드러낸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하지도 않는다. 갈라설 자들은 갈라서라. 왜 같은 지붕에 앉아 추태를 연출하는가. 신당을 만들려면 당당하게 탈당해 신당을 만들고, 남아 있기를 원하는 자들은 남아 있어라. 얄팍한 명분을 찾기 위해 더 이상 구역질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런 지리멸렬한 여당을 본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여당의 이런 사태를 보고만 있는가. 누가 뭐래도 사태가 여기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은 盧대통령에게 있다. 자신을 뒷받침할 신당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민생에 찌들어 있는 국민의 가슴을 싸움박질로 계속 찢어 놓자는 것인가. 싸움으로 지새면서 국정은 언제 돌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