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중복투표를 한 정황으로 보이는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대선 당일 로이터통신 기자들은 러시아 남부 우스트-제구타 지역 투표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투표한 것으로 보이는 17명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로이터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공무원으로 보였으며, 일부는 투표소에 무리를 지어 나타나거나 정부 기관 명칭이 부착된 미니버스를 타고 왔다고 전했다.
루드밀라스캬레브스카야라는 여성은 또 다른 8명의 여성, 1명의 남성과 함께 215번과 216번 투표소에서 각각 한 번씩 투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이 여성은 로이터에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법에서 중복투표 행위는 경범죄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인 레일라 코이추예바는 로이터 취재진이 명백히 두 번 투표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들은 쌍둥이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선거관리위원도 "내가 그들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들은 똑같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또 계수기를 사용해 러시아 전역의 12개 투표소에서 투표한 모든 사람의 수를 집계한 결과, 9개 투표소에서 공식 투표수 집계결과와 10% 이상 차이가 났다고 전했다.
우스트-제구타 지역의 216번 투표소의 경우, 총투표수보다 관리들이 잠정적으로 집계한 푸틴 대통령의 득표수가 더 많았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 궁 대변인은 로이터의 의혹 제기에 "만약 로이터의 이러한 보도가 각 투표소 내 감시원들이 사법기관에 보고한 내용과 일치한다면 우려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76%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지난 19일 발표된 공식 집계결과에 따르면 우스트-제구타 지역의 3개 투표소의 평균 투표율은 81.5%였으며, 투표자의 89.86%가 푸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전국 투표율은 67%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