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람 좀 쐬고 올게"… 故조민기 마지막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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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민기의 빈소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뉴스1]

故 조민기의 빈소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뉴스1]

상습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배우 조민기(53)씨는 사고 당일 오전 외출 중이던 아내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연락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이 같은 문자를 받은 조씨의 아내는 조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조씨가 숨진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 오피스텔 관리실에 조씨를 찾아달라 요청했다. 이에 관리실 직원은 해당 오피스텔 건물을 수색했다.

아내는 집에서 지하창고 열쇠 2개 중 1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곧바로 창고에 내려가 숨진 조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도착한 보안팀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조씨는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및 호흡정지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조씨가 오후 1시 20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창고가 있는 지하 1층에 내린 것으로 파악했다. 검안의가 1차 검시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시간은 오후 3시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부검하지 않는 것으로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배우 조민기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된 서울 구의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1층 창고. [중앙포토]

지난 9일 오후 배우 조민기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된 서울 구의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1층 창고. [중앙포토]

조씨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12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한편 조씨는 숨지기 전 제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가 숨진 창고에서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 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조씨가 숨지기 전 '후배들에게 사죄의 말을 올린다', '교만과 그릇됨을 뉘우친다'는 내용의 자필로 쓴 손편지를 자사에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손편지와 조씨가 숨진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의 내용이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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