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에 정상회담 합의? 남북, 사전조율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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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방북 특사단이 만나는 자리에서 특사단이 돌아와 발표했던 6개 항목의 거의 모든 내용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특사단은 지난 6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체제 안정 보장되면 북한 비핵화 의향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 6개 항목의 방북 결과를 발표했다. 따라서 이 발표 내용은 사실상 김정은 본인의 결정이 담겼음을 뜻한다. 특사단은 방북 당일인 지난 5일 김정은을 만났던 만큼 김정은은 시간을 끌지 않고 의중을 알렸다는 점도 보여준다.

청와대는 “김정은 솔직하고 대담 #특사단 만난 자리서 6개항 나와”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을 처음 접한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특사단 접견 동영상엔 김정은이 활짝 웃는 장면도 포함됐다.

청와대가 지난 5일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남북 합의가 대거 이뤄졌음을 알렸지만 그 전에 이미 남북 조율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 조율 없이는 속전속결 합의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특사로 내려왔던 데다 뒤이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릴레이로 만나며 남북은 이미 공개·비공개 접촉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미 이 단계에서 정상회담 등 대부분의 현안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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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이 발표했던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한의 비핵화 의향 등을 북한 매체들이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점도 의문을 부른다. 정상회담은 과거 남북이 동시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지난 6일 오전 “수뇌회담에 합의했다”고 전한 뒤 당일 오후에 “(김정은이 특사단과) 중대하고도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누었다”고만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특사단의 발표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면 결심할 수 없는, 북한 내부적으로도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아무리 김정은의 결심이 법보다 위에 있는 북한이라도 갑자기 비핵화를 공개 거론할 경우 군부나 주민들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정용수·위문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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