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초 결국 폐교…재학생들 마지못해 '전원 전학'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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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측에서 학생과 학부모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진 폐교를 추진하던 서울 은혜초등학교가 결국 폐교하게 됐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재학생 40명 전원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했다.

교육청 "재학생 40명, 희망 학교로 전학 지원" #학교 측, 적자 이유로 지난 연말 폐교 신청 #수업료 사립대 수준 올리고 담임 배정도 안 해 #교육청 "학교법인 고발하고 종합감사 할 것"

6일 은혜초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서울 서대문구)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전원 전학'을 결정했다. 학부모 측은 이날 비상대책 회의 후에 "현재 은혜초에 재학 중인 학생 40명 전원은 전학하기로 결정했다. 학생·학부모의 자발적 의사가 아닌 학교의 이기적인 횡포에 따른 결정이며, 학부모들은 추후 학교와 재단의 무책임한 처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날 ‘은혜초등학교 폐교에 대한 학부모 입장’을 내고  “현재 은혜초는 파행 그 자체다. 교육청과 정상화 협약을 맺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학교와 재단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2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선 “진짜 이건 아니다” “이제 와서 그렇게 얘기하면 대체 어쩌란 거냐”는 학부모들의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시종 격앙된 분위기였다.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 대표들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남은 학생 40명 전원을 전학시키기로 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 대표들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남은 학생 40명 전원을 전학시키기로 했다. [뉴스1]

회의에 참석한 은혜초 학부모 대표들은 “그간 시교육청을 믿고 긴밀히 접촉하며 어떻게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결국 이렇게 파행을 맞아 학교를 떠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시교육청 차원에서 막을 방도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교육청의 실패한 행정 처리에 대해 교육감이 책임감 있게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은혜초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폐교를 서울교육청에 신청했다. 이후 지난 1월 서울교육청과 정상화에 합의하며 폐교 추진을 중단하는 듯했다. 하지만 개학 직전까지도 올해 학사 운영계획을 내놓지 않고 개학 이후에는 담임교사도 배정하지 않는 등 파행을 거듭해왔다.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하교시키고 있다.[뉴스1]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하교시키고 있다.[뉴스1]

특히 개학을 앞두고 올해 분기당 수업료를 397만원까지 올려 학부모의 공분을 샀다. 연간으론 1588만원으로 4년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지난해 739만원)의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은혜초가 개학 이후 파행적으로 운영되자 일부 학생은 등교했다가 가방도 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기를 며칠째 반복했다.

김영근 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은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향후 은혜초 학생들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라도 희망하는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행정 조치를 취했고, 전학 후 적응을 위한 심리 치료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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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따르면 사립초등학교가 교육감 인가 없이 폐교 절차를 강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은혜초와 같은 사례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시교육청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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