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현 "감독들 원하는건 잠자리, 여지 줘야" 피해자 녹취록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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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논란 조근현 감독. [연합뉴스]

‘성희롱’ 논란 조근현 감독. [연합뉴스]

오디션 자리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근현 감독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당시 녹취파일을 언론사에 공개했다. 2일 SBS funE는 "피해자인 신인 여배우 A씨가 조 감독이 사과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자 녹취파일을 전달했다"며 녹취록 발언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감독은 녹취에서 "이 바닥은 본능이 강한 사람(여배우들)이 살아남는다. (중략) A는 보조출연자였는데 영화감독들의 술자리에 끼었더라. 그날 B감독을 자빠뜨려서 이후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됐다. 연이어 대형 작품에 캐스팅됐고 그걸로 게임이 끝났다"면서 여배우들이 성공하려면 성접대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어 조 감독은 "연기를 하는 것과 캐스팅이 되는 건 완전히 별개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기할 기회가 주어져 자기 매력을 드러내야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려면 기회를 얻어야 한다. (중략) 감독들은 다 똑같다. 남자의 어떤 지점을 건드려 줘야 하는데 저질 감독이든 세계적인 감독이든 다 똑같다. 남자들이 원하는 건 잠자리 아니겠나. 그 여지를 열어줘야 한다. 접근하기에 좀 더 쉽고 편한 표정과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모범적이고 단정하다"고 말했다.

앞서 1월 한 신인 배우가 자신의 SNS에 조 감독이 성희롱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배우는 조 감독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한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거 같아? 영화 영상이라는 거는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등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고발했다.

이에 영화 '흥부' 제작사는 조 감독을 홍보일정에서 배제했으며 조 감독은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후 지난달 24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저는 여자 배우 지망생입니다'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와 2016년 4월 오디션 당시 당한 성희롱을 추가 폭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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