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철강 수입규제안 내일 새벽 발표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규제와 관련해 이르면 1일(현지시간·한국시간 2일) 수입 규제안을 전격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통상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은 철강업계 및 노조 대표들에게 '우리는 목요일(현지시간 1일) 오전 늦은 시간에 오벌 오피스에서 (수입규제안 결정에) 사인하는 행사를 할 것'이라고 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하지만 아직도 행정부와 이익단체 내부에서 3가지 수입규제안 중 어떤 것으로 할지, 어떤 국가가 규제에서 제외될 지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 통상전문매체, "일정 대폭 앞당겨 1일(현지시간) 오전 발표" #"트럼프, 3가지 규제안 중 어떤 안 선택했는지 아직 불투명"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이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표를 1일 강행할지 연기할지를 놓고 (2월) 28일 밤 토론을 진행했다"며 "구체적 사안은 아직 유동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법적 세부사항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며 "발표가 난다고 해도 구체적 내용은 일부만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Inside U.S. Trade) 기사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Inside U.S. Trade) 기사

현재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에 따르면 오전 10시 정보기관으로부터 일일 보고를 받고, 오전 11시45분부터 학교 안전에 대한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 매체의 보도대로라면 트럼프의 철강 수입규제안 발표는 현지시간 1일 오전 11시 전후, 한국시간으론 2일 새벽 1시쯤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 매체는 "갑자기 통보가 이뤄져 누가 워싱턴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특별보고서를 제출하면서 3가지 종류의 수입 규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1안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일률적으로 24%(알루미늄은 7.7%)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2안은 한국·브라질·중국·러시아 등 특정 12개 국가의 철강에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이며, 3안은 모든 국가에 지난해(2017년) 기준 대미 수출액의 63%수준으로 각각 수출액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다음달 11일까지 3가지 안 중 하나를 고를 방침이었으나 일정을 대폭 앞당겨 발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는 상무부의 제안 중 가장 가혹한 선택지를 원한다"며 "세계 각국의 철강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1안을 선택하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1안으로 결정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선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모든 국가들의 관세가 똑같이 오를 경우 가격 경쟁력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2안이 채택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산 세탁기 등에 ‘관세폭탄’을 매기는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서명식을 마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산 세탁기 등에 ‘관세폭탄’을 매기는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서명식을 마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특정 12개 국가에만 무역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제무역 규범을 피해 수입규제를 적용하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이 안에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를 포함해 일본·독일 등의 국가는 규제 대상에 포함돼지 않았다.
국내 철강업계는 "2안이 선택 되는 것은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을 봉쇄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이날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도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트너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자신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져야 하는 강력한 설득작업을 벌여 왔다"며 "캐나다는 규제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매체는 "트럼프는 1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까지 1안으로 결정한 지 확인이 안 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 의회와 국방부가 "수입규제가 국내 산업에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동맹국에 부정적 효과를 갖고 올 것"이라며 제재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주지사들과의 회동에서 수입규제를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강한 믿음을 다시 내비쳤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