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평양보다 워싱턴이 먼저"…송영무 장관 "주적 단언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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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국회의 대정부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해 "평화의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평창 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 18일까지가 평화 기간"이라며 "이 기간에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국회 긴급현안 대정부 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국회 긴급현안 대정부 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방문하고 대화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한국 간 사전 양해와 합의가 많이 이뤄졌느냐"고 이 총리에게 질문했다. 이 총리는 "미국 측에 늘 사전에 설명하고 의견을 물었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최근 대북특사 파견과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보다 대미특사와 한미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을 때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 역시 그 뜻과 통한다"고 답했다. 또 "한미 신뢰가 먼저"라는 박 의원의 질문에 이 총리는 "평양보다 워싱턴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 질의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김영철의 방한으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 말해 회의장이 순간 술렁였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에게 책임이 있는데 확인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군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정하는가"라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이어 이 의원이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서 국방부 장관은 (김영철의 책임에 대해)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송 장관은 "저는 군에서 오래 살았다"며 "군의 지휘체계는 최고 책임자인 군 통수권자에 있는 것인데 그 밑에 자꾸 논리적인 요구를 하시면 지난번 얘기했던 것을 그대로 확인해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군 통수권자의 의사결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송 장관은 "그렇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대한민국의 주적을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원성을 받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송 장관에게 "군사적으로 한국의 주적은 누구냐"고 묻자 송 장관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토를 적대하는 행위를 하는 상대는 전부 적"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자 송 장관은 "주적 개념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안 내리기도 한다"며 "그것을 한 쪽으로 정의하기는 장관으로서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북한은 우리의 적이 맞느냐"고 묻자 송 의원은 "우리에게 적대 행위를 했기 때문이 적이 맞다"고 했다.

이날 여야는 이 총리, 송 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을 국회로 불러 김영철 방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질의했다. 김영철 방한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한 대정부 질의를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하는 조건으로 수용한 결과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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