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운명 건 노사 협상 밤까지 계속…산은 "합의 불발시 파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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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의 운명을 건 노사 협상이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향후 해외 매각이 불가피할 시 별도 합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하면서 동시에 “약속했던 26일까지 노사가 자구계획안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개시 등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호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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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채권단과 회사는 26일로 예정돼 있던 이사회에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MOU 체결을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노사 간의 자구계획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사회가 27일로 연기됐다.

산업은행 "해외 매각 시 별도 협의 하겠다, #오늘까지 반드시 합의 이뤄내라" 추가 제안

일단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노조 측에 자구안을 제시했다. ▶경쟁력 향상 방안(생산성 향상ㆍ무급 휴무ㆍ근무형태 변경 등) ▶경영개선 기간 중 임금 동결 ▶임금체계 개선(통상임금 해소) 및 조정 ▶임금 피크제 시행 ▶복리후생 조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 16일 금속노조 지부원들과 윤장현 광주시장(앞줄 왼쪽에서 넷째)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금속노조 지부원들과 윤장현 광주시장(앞줄 왼쪽에서 넷째)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노사는 일단 반발하고 나섰지만, 다른 해법이 없다는 걸 노사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측 간 협의가 진행됐고, 일정 부분 진전도 있었지만 막판에 판이 깨졌다.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다. 노조 측은 해외 매각 추진에 크게 반발하며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채권단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액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인수가 결렬된 바 있다.

결국 이날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노사는 최악의 상황을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다시 한번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자정을 두시간 앞둔 시점(26일 오후 10시 현재)까지도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밤늦게까지라도 협상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전경.

만약 금호타이어 노사가 합의를 하지못한 채 이사회가 열리면, 차입금 만기 연장은 무효화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현실적으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당장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결국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합의에 성공해 차입금 상환이 1년 연기될 경우, 그 기간 동안 회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9시쯤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노사 간 합의가 이루고 약속한 기한인 26일 안에 자구계획안에 대한 노조 동의서를 우선 제출하면, 향후 해외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노조와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채권단으로선 크게 양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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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산업은행은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기업 회생절차 개시 등 (상황이) 파국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파국 상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또한 약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경영정상화를 위한 후속 절차를 시작할 것이니 법정관리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금호타이어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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