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통일부 “폭침 주역 특정 못해” 2010년 국방부 “김영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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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은 23일 오후 방한 중인 미국 공화당 상·하원 군사위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송 장관이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은 23일 오후 방한 중인 미국 공화당 상·하원 군사위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송 장관이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한하는 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통일부가 23일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내며 진화를 시도했다. A4 용지 6쪽 분량이다.

통일부, A4용지 6쪽 해명성 자료 #과거 정부 당국자 발언과 달라 논란 #국정원도 “추측 가능하지만 불명확” #국방부선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국정원도 이날 국회에서 김영철과 천안함 폭침의 직접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의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는 달라 ‘김영철 봐주기’ ‘말 바꾸기’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통일부는 설명자료에서 천안함 폭침과 관련, “북한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면서도 “북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은 분명히 북한이 일으켰으며 김영철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았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 관련자를 특정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국가정보원 김상균 대북 담당 제2차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보위원장인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통일부·국정원 등의 이날 설명은 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숨졌던 천안함 폭침 때의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배치된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된 뒤 약 두 달 후인 5월 21일 당시 국방부 황원동 정보본부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정찰총국이 주도했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지만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로 볼 때 정찰총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민간인 2명과 해군 장병 2명이 사망한 다음 날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이 연평도 포격 주범이 맞는가”라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처음엔 “정보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가 같은 질문을 재차 받은 뒤엔 “그렇게 지금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도 그해 4월 국회 정보위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북한 관계자의 전언이라면서 “천안함 사건은 정찰총국 김영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23일 설명자료에서 “천안함 폭침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을 밝혔을 때도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고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민·군 합동조사단의 당시 보고서는 어뢰 공격 등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폭침을 주도했던 북한 내 기관과 장본인을 조사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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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날 침묵했다. 언론의 문의에 “국방부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백태현 대변인은 김영철 방한 수용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김영철의) 과거 행적에 집중하기보다 실질적으로 대화 가능한 상대인지 여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도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김영철에게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지에 대한 질문엔 “남북 관계 발전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27일 패럴림픽 남북 협의=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패럴림픽의 북한 참가를 두고 남북이 27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연다. 통일부는 23일 “북한이 패럴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단이 회담에 나선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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