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의 스포츠센터 "고마워요, 카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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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카푸재단 운영을 총괄하는 카푸의 형 마우 리시우. 뒤의 그림은 2002월드컵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있는 카푸. 상파울루=김태성 기자

상파울루 남쪽 카퐁 헤동도라는 마을은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민가다. 이곳 언덕배기에 2층짜리 번듯한 건물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대표팀 주장 카푸(36.AC 밀란)가 낸 후원금으로 지은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카푸 재단'이 운영하는 스포츠.문화센터 겸 마을회관이다.

2년 전에 지은 이 건물의 1층은 체육관으로 쓴다. 벽에는 카푸가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대형 그림이 그려져 있다. 농구코트만한 마룻바닥에는 핸드볼 골대를 설치했다. 아이들은 여기서 실내축구.농구.핸드볼 등을 전문 코치에게서 배운다. 안과.치과.물리치료 등 각종 의료실도 있다. 이곳에서 전문의들이 시력검사를 해 안경을 맞춰 주고, 이 치료도 해 준다. 물론 모두 무료다.

도서관.컴퓨터실.놀이방도 갖춰져 있다. 이 재단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화장실의 휴지와 비누만 갖다 주는 업체도 있다. 물론 카푸도 매달 일정액을 낸다.

이 재단의 회원은 3500명. 최저생계비 이하 가족만 가입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한다. 지난해 미용교실(1년 과정)을 수료한 50명이 모두 취업했다고 한다. 재단 운영은 카푸의 형인 마우리시우가 총괄한다. 그는 "빈민가에서 어렵게 자란 카푸가 고향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고 재단의 취지를 설명했다. 브라질에는 호나우두.호나우디뉴 등 축구 스타들이 만든 공익 재단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골목 축구'에서 크게 성공한 선수들이 본격적인 '나눔 봉사'에 뛰어든 것이다.

마우리시우의 안내로 카푸가 어릴 적 살던 집을 찾았다. 담벼락에는 지저분한 페인트 낙서와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이들은 여전히 좁은 골목길에서 공을 찬다. 조금 떨어진 공터에서는 동네 유소년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감독인 막스 과라니는 "카푸는 여기서 신(神)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상파울루=정영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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