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에 이어 안보도 압박하려나…"미국, 사드 비용 청구 가능성”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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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장관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장관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최근 통상 압력과 함께 안보 비용 청구로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 공세를 펼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 비용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부담하라고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면서다.

이는 지금까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지ㆍ기반시설을 제공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국방부의 설명과는 결이 다르다. 미국이 사드 유지 비용을 한국에 청구할 가능성을 국방부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에서 사드 관련 비용 분담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파악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사드 관련 비용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그것은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 시스템”이라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발언”이라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 수는 없다. 한ㆍ미는 2016년 3월 한ㆍ미가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공동실무단 구성 약정(TOR)을 체결할 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은 부지ㆍ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미국은 사드의 전개ㆍ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처럼 미 국방부가 구입한 뒤 운용하는 무기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비용을 내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주=뉴시스】최진석 기자 = 주한미군이 8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주한미군은 사드 4기를 추가로 배치해 사드 1개 포대를 완성 했다. 2017.09.08. myjs@newsis.com

【성주=뉴시스】최진석 기자 = 주한미군이 8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주한미군은 사드 4기를 추가로 배치해 사드 1개 포대를 완성 했다. 2017.09.08. myjs@newsis.com

그래서 송 장관의 국회 답변에서 나오듯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틀을 통해서만 사드 관련 비용을 한국에게서 받아갈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일부를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양국은 5년마다 액수를 정한다. 2019~2023년도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이르면 다음 달 시작한다. 미국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기지 시설을 짓는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군사건설비 항목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기지 시설에 근무하는 노무자의 인건비를 요구할 수 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사드를 내세우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대가로 방위비 분담금 기준액을 크게 올리자고 주장할 가능성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기준액을 정한 뒤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대 4%까지 인상할 수 있다. 2014~2018년도 기준액은 9200억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ㆍ일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여러 번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로이터와의 인터뷰는 대폭적인 증액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ㆍ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언론 발표문에선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한다”고 돼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비용도 끼워서 청구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정교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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