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윤택씨가 자신이 했던 상습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극단 내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1일 “그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하는 적폐”라며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연극계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폭력)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소위 운동권 좌파세력이란 사람들은 다 왜 이러는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입 다물고 있는 세력에 진보 정당과 청와대, 여성단체를 지목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윤택 연출가의 인연을 언급했다. 유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012년 대선 때 찬조 연설한 분이 바로 성폭력 가해자(이윤택)고 (문 대통령과) 아주 오랜 친구”라고 했다.
실제 이윤택 씨는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동창이다. 2012년 대선 때는 문 후보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 “(문 후보는) 아름다운 사람, 가난한 도시 빈민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또 고교 재학 때 소풍 이야기를 꺼내며 “많은 학생이 다리 아픈 친구가 절뚝이면서 뒤처져 가는 걸 보면서도 그냥 지나갔지만, 문재인 후보는 보조를 맞추며 걸어갔다. 그 친구가 ‘나는 더 가기 힘드니, 너라도 소풍을 즐겨라’라고 말했지만 ‘같이 가자’며 업고 걸었다. 도착하니 30분 안에 또 돌아가야 했는데 그땐 반 친구들이 50분의 1씩 자신의 등을 내어주더라. 이게 경남고 시절 문재인이 이룩한 아름다운 신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공동대표는 좌파의 위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성추행 의혹으로 단국대 석좌교수직에서 사임한 고은 시인에 대해 “고은 시인이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평양 가서 어떻게 했는데 온 국민이 다 안다”며 “소위 좌파 운동권의 도덕적인 위선에 대해서 바른미래당이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투 운동, 위드유 운동에 동참한다는 말만 해서는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한다”며 “성폭력 가해자에 사회가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벌을 가하고, 다시는 발을 못 붙이도록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다른 정당과 다르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정치공학적 접근은 정말 하지 말자”고도 덧붙였다.
이날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그렇게도 적폐청산을 내걸었던 정부 여당이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이상하리만큼 더듬거린다. 지켜줘야 할 내부자들이 많아서인가”라며 “진정성 있는 각성과 노력이 없다면 정부 여당 발 적폐청산 바람은 은폐청산 역풍이 될 것이다”이라고 논평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