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들 자랑스럽데이" 여자 컬링 4강 진출에 고향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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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전 한국 대 미국의 경기가 열린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재학생과 주민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5엔드 한국이 역전에 성공하자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전 한국 대 미국의 경기가 열린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재학생과 주민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5엔드 한국이 역전에 성공하자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부모님 도와 벼, 복숭아, 자두 농사까지 지으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린다. 그동안의 노력을 다 보상받은 기라."

20일 오후 2시5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김은정 스킵(주장)이 이끄는 여자 컬링 대표팀(Team Kim)이 미국을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짓자 300여 명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세션 10 시트 B 미국과의 경기 시간에 맞춰 모인 선수 가족과 의성여고 후배들, 체육회 관계자 등이다.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선수들 가족, 학생 등 300여 명이 모여 여자 컬링팀을 응원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선수들 가족, 학생 등 300여 명이 모여 여자 컬링팀을 응원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이들은 함께 TV 중계를 보며 응원전을 펼쳤다. "매력 만땅 안평의 김선영" "의성의 딸 김영미·김경애" "은정 화이팅" "선배들 금메달 가즈아" 등 플래카드를 든 의성군민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선수들의 경기에 집중했다.

3:2로 대한민국이 뒤지던 5엔드. 김은정이 어려운 샷을 성공시키며 4점을 획득해 순식간에 대한민국이 6:3으로 역전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기세를 이어가며 9:6으로 승리하자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 의성컬링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 의성컬링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삼한(71·안평면 신월리)씨는 "선영이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를 지었다. 부유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불평하나 없이 뭐든 열심히 하더라. 동네 주민으로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나왔는데 우리 딸래미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경애·김영미 자매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의성읍 철파리에 거주하는 박외숙(80·의성읍 철파리)씨는 "시골에서 자매가 풍족하게 자랄 순 없었겠지만 누구보다 성실했다"며 "서로를 의지하고 사이도 좋아서 잘 될 줄 알았다"고 칭찬했다.

의성여고 후배들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컬링 여자대표팀의 경우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은 의성여고 컬링부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다. 김초희 선수는 경기 의정부시 출신이다. 김선영은 친구 김경애 선수가, 김은정은 친구 김영미 선수가 추천해 컬링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취미 삼아 시작했지만 그동안 선수들은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피땀과 눈물을 흘렸다.

의성여고 컬링부 김수현(18) 양은 "저도 컬링을 하지만 힘든 운동이다. 선배들 너무 존경스럽고 꼭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최수연(18) 양도 "흔들리지 않는 선배들의 카리스마를 닮고 싶다. 4년 뒤에 선배들과 같은 자리에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의성여고 컬링부 최수연, 김수현 양을 비롯해 많은 후배들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백경서 기자.

20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여고 체육관. 의성여고 컬링부 최수연, 김수현 양을 비롯해 많은 후배들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백경서 기자.

경북 의성군은 이번 여자 대표팀의 선전을 계기로 컬링의 본고장으로 우뚝 서게 됐다. 의성군은 지난 2006년 18억5000만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을 만들었다. 연면적 1877.9㎡ 규모다. 이에 컬링 대표를 꿈꾸는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컬링 대표 선수(남자·여자·믹스더블팀) 열두 명 중 여덟 명이 의성여고·의성고·의성공고를 나왔다.

의성군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60억원을 들여 의성컬링센터에 2개 레인, 선수대기실, 관람석, 경기운영실 등을 확충하고 있다.

의성=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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