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美장군 이름 땄는데…김여정·삼지연악단 묵은 워커힐 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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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육로로 북한으로 귀환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이 12일 오전 워커힐 호텔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육로로 북한으로 귀환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이 12일 오전 워커힐 호텔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1일 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12일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의 공연을 펼친 뒤 이날 오전 육로로 북한에 귀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건배하고 있다.[사진 국무총리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건배하고 있다.[사진 국무총리실]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삼지연관현악단은 방남 기간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서울에서 머무른 숙소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이었다는 점이다.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11일, 삼지연 관현악단은 10~12일까지 워커힐 호텔에서 머물렀다.

북측이 워커힐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고급호텔이면서도 서울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보안과 신변 안전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은 10일 YTN 뉴스에 출연해 “과거 서울에서 많은 남북관계 행사가 있었지만, 북측 숙소로 각광받던 곳이 워커힐”이라며 “위치 자체가 산에 둘러싸여 있고 조용하고 이동도 쉬운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워커힐 호텔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싸웠던 미국 장군의 이름을 땄다. 워커힐(Walker Hill)이란 이름이 ‘워커 장군의 언덕’이란 뜻이다. 주인공은 한국전쟁 기간 전사한 고(故) 월턴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이다.

고 월턴 워커 장군.[중앙포토]

고 월턴 워커 장군.[중앙포토]

워커 장군은 한국 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으며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다. 1950년 12월 아들 샘 워커 대위의 은성 무공 훈장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가던 중 현재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위치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주한 미8군사령부는 2010년 6월 부대 내에 워커 장군의 동상을 세웠으며, 지난해 5월 평택으로 기지를 옮기면서 워커 장군 동상도 같이 이전했다.

워커힐 호텔은 1963년 개장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주한미군 장병들이 일본 등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황을 보고 이들이 한국에 머무르며 외화를 쓰도록 하기 위해 호텔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워커힐 호텔 내에는 워커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7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에서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워커 장군 동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7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에서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워커 장군 동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워커힐 호텔은 1977년부터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쉐라톤과 계약을 맺고 ‘쉐라톤 워커힐 호텔’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쉐라톤과 제휴를 끊고 ‘워커힐 호텔’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운영 중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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