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혼한 전처가 아이 만날 시간을 맘대로 바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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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의 이상가족(39)

저는 지난봄에 이혼했습니다. 가진 재산이 많지도 않아 아내와 쉽게 이혼에 대해 협의가 되었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아내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없어서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을 하면서 아이 엄마와 아들을 1달에 2번 주말에 보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아이 엄마는 이혼 후에도 쿨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특히 아이 보는 문제는 저희 부부 모두 아이를 위해 잘 이야기가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혼 후 아이 엄마와 아들을 한달에 두번 주말에 보기로 했는데 아이 엄마의 태도에 짜증이 납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freestocks.org]

이혼 후 아이 엄마와 아들을 한달에 두번 주말에 보기로 했는데 아이 엄마의 태도에 짜증이 납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freestocks.org]

그런데 소소하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래 이혼하면서는 제가 토요일 오후에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이 엄마가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하였고, 일요일에 회사에 출근할 일이 생겼다면서 일방적으로 일요일 오후에 만나라고 했습니다.

면접교섭, 자녀 자존감·안정감에 영향 #자녀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교하게 짜야 #아이와 한 약속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

저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큰 차이가 없어서 그러기로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일요일 아이를 보러 갔더니 장모님이 아이와 함께 나오셨습니다. "그래, 이혼하니 속이 편한가?"라고 물어보시는데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이 엄마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던 것을 왜 기억하지 못하시는지, 이혼 후에 저만 재혼한 것이 못마땅하신 것인지, 그럼 이혼 후에 계속 싱글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야속했지만, 아이가 보고 있어서 아무 말 없이 목례를 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장모님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해서 다시 토요일로 변경하자고 했지만 아이 엄마는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일요일에 만나는 시간도 그때그때 토요일에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는 일방적으로 이번 일요일에 아이가 친구 생일잔치에 가야 한다면서 다음 주 일요일에 보라고 했습니다.

한 달에 2번 일요일은 아이 만나는 시간으로 정해 두었지만 아이 엄마의 태도에 짜증이 납니다. 이러다가 면접교섭을 못 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이혼 후 면접교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협의이혼할 때 법원에서 교육을 받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아버지와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면접교섭은 자녀에게 자존감과 정서적인 안정감뿐만 아니라 학업성취능력까지 영향이 있다고 하니 사례자께서는 이 점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면접교섭 과정에서 자녀의 부모가 갈등을 겪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부모가 주말을 보내는 나름의 계획이 있듯이 아이들도 스케줄이 있습니다. 사례자가 말씀하신 친구 생일파티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행사일 것입니다.

아이 엄마가 사례자에게 일방적으로 날짜를 변경하면 화가 나듯이 아이도 주말에 할 일이 있었는데 부모가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고 생일파티에 가지 말라고 하면 부모에게 반감을 가질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하는 면접교섭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와 부모가 면접교섭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려면 부모가 아이를 최우선에 둘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고, 아이도 부모가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면접교섭 계획은 이혼한 부모 모두 자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정교하게 작성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면접교섭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려면 부모가 아이를 최우선에 둘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일러스트 Freepik]

아이와 부모가 면접교섭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려면 부모가 아이를 최우선에 둘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일러스트 Freepik]

아이 엄마와 다시 면접교섭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보세요.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아이를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에 대해 정해달라는 신청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자세하게 세워도 다 달성할 수 없고 시행착오가 생기듯이, 면접교섭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경우 부모가 모두 참으면 좋겠지만 제가 법정에서 만난 부모는 각기 본인이 계속 참고 양해를 했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면접교섭의 원만한 진행을 지원하는 면접교섭 보조인 제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위와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사례자의 경우 면접교섭을 위해 장모님이 아닌 면접교섭 보조인으로부터 아이를 인도받을 수 있고, 요일을 변경하거나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려고 할 때 상반된 의견을 조정해 주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례자가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사례자로부터 사랑받고 지지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면접교섭 하시길 바랍니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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