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 빚 부담에 소비 회복 더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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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가운데)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가운데)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회복 속도는 과거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에도 낮은 임금 상승률 #금리 인상 따른 빚 상환 부담에 #소비 여력 줄며 개선에 시간 걸려 #내수 부진에 소득 제자리걸음에 #서비스업 중심 고용 회복도 더뎌

 지난해 국내 경제가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소비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과거의 경제회복기와 비교할 때 소비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질 임금 상승률이 낮은 데다 가계빚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며 소비 여력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회복기별 수출, 투자 및 민간소비 추이. 자료: 한국은행

회복기별 수출, 투자 및 민간소비 추이. 자료: 한국은행

 한은에 따르면 과거 여섯차례 경기 회복기와 경제와 금융 상황을 비교할 때 수출과 투자는 과거 평균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지만 소비의 회복세는 완만하고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을 보였다.

 소비가 더디게 회복되며 고용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3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개선과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고용 회복 속도가 더딘 이유는 서비스업 성장 부진 탓”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업은 고용탄성치(경제가 1% 성장했을 때 취업자수 증감)가 높은 산업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수치를 따져보면 경제가 1% 성장했을 때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12만5000명 늘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탄성치. 자료: 한국은행

고용탄성치. 자료: 한국은행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큰 서비스업의 성장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서비스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성장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서비스업 내에서도 고용탄성치가 높은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의 성장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가계 소득이 정체된 탓이다. 가계실질소득 증감율(전년동기대비)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가계소득은 2.1%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가계실질소득은 0.8% 하락했다.

 소비 부진은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일부 노동집약적 제조업 일자리 위축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한은은 “내수 부족으로 인쇄나 의복 등 취업 계수가 상대적으로 큰 업종의 생산이 전년동기보다 줄면서 고용 회복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향후 고용 여건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 소득 확충 정책에 따른 서비스 업황 개선과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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