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9일 서울 온다··· 文 대통령 단독 접촉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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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활짝 웃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활짝 웃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오는 9일 방남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포함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7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한하는 북측 인물들의 인적사항을 보내왔다”며 “김여정을 포함해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단 단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일밤 고위급 대표단 단장에 김영남 위원장을 내정하고, 단원 3명과 보장성원 1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김여정은 지난 5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양역을 출발할 때 이들을 전송하는 등 오빠인 김정은의 지시로 진행되는 올림픽 대표단 파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여정이 포함된 데는 그가 올림픽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챙기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뜻을 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 향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들어보고 김정은에게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정책 결정의 핵심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선전선동부에서 김정은이 참여하는 행사를 챙겨오다 최근에는 정책과 인사문제를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달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한 직후 김여정의 파견을 희망해 왔다고 한다. 김여정이 대표단원에 포함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단독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여정의 대표단 파견은 예상해 왔지만 최휘ㆍ이선권 위원장의 파견은 의외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용해 당 부위원장(조직지도부장 추정)과 김영철 부위원장(옛 대남 비서, 통일전선부장 겸임)은 대표단의 상수로 여겨왔다. 최 부위원장이 북한 권력의 실세인 데다, 김 부위원장은 남북관계를 관장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예상을 엎고 북한은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선택하자 최용해 카드는 접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서 권력서열 2위(김영남)가 오는데 3위(최용해)까지 보내겠냐”며 “김영철의 경우는 아무리 통전부장이라고 해도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이 있어 국내 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대남 공작 부서인 총정찰국장으로 있던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북한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며 “김영철의 불참도 이런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장관급인 이선권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9년 8월  전대통령 장례식 대표단과 2014년 8월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8월에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등 남북한의 굵직한 행사에 김양건(2015년 12월 사망) 당시 대남 비서를 꼭 포함시켰다. 남쪽에서 열린 공식 행사단에 대남 최고책임자가 빠지는 건 김영철이 처음이다. 북한의 체육 전반을 책임지는 최휘는 올림픽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결국 북한에선 국가수반과 권력 최고 실세, 체육 책임자 등을 보내 올림픽에 성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남북 직통 채널을 구축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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