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소풍 풍속도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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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교에서 가까운 고궁이나 공원등 흔잡한 인파 속에서 시달리다 돌아오기 쉬운 국민학교 소풍. 마음놓고 뛰어놀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 짜증스러울 때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이같은 소풍의 풍속도가크게 바뀌고 있다. 몇몇 국민학교에서는 피곤한 소풍 대신 산과 바다로 가서 대자연을 호흡하며 건강증진 등산대회나 역사현장교외학습을 실시, 크게 환영받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신록이 우거진 북한산 중턱을 7백18명의 어린이들이 오른다.
저마다 배낭을 짊어진 이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교사에게 몰려간다.
교사는 손에 들고있는 10여장의 카드중 1장을 뽑는다. 카드엔 「조선조 마지막 임금은 누구인가」라고 씌어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순종』이라고 힘차게 대답한다.
경기국민학교가 소풍대신 등산대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입시가 폐지된 지난 60년대말부터.
매년 봄·가을 2차례 학년별로 행선지를 달리해 일정거리 이상을 걷도록 함으로써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도록 하고있다.
가장 가까운 북한산코스를 즐겨찾는다. 7∼8명이 한조가 된 어린이들은 목표지점에 이르기까지 4개의 베이스를 거쳐야 하는데 베이스마다 교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자·영어·사회·노래등의 테스트를 한다.
구선홍교감(59)은 『어린이들이 한 친구라도 낙오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서로 도와야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하고 『평소 친하지 않았던 사이도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는 일이 많다』고 소개한다.
학부모들도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아이가 형제들에게 양보하고 집안일을 돕는 등 눈에 띄게 사회성이 향상됐다』며 기뻐한다.
교외학습으로 소풍을 대신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
경동국민학교 구대회교장(65)은 『작년까지만 해도 근처의 강변이나 공원에 가서 도시락이나 먹고 오는 평범한 소풍을 다녀왔으나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산이나 역사현장으로 방향을 바꾸게됐다』고 말한다.
대광국민학교도 소풍대신 현장실습을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
이 학교 4학년 어린이들은 지난 25일 멀리 인천앞바다의 월미도까지 다녀왔다. 도중에 송도유원지·인천상륙기념관도 거쳤고 월미도선착장·연안부두·개항1백주년기념탑·자유공원·맥아더동상등을 보면서 역사적 유래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학년주임 손관식교사(52)는 『3년전까지만 해도 매년 어린이대공원등 가까운 녹지대로 갔는데 인파와 소음으로 아이들이 피곤해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고『1인당 2천3백원의 비용으로 맑은 공기속에서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자랑했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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