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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건너온 공포, 아시아 증시 얼렸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주식시장에서 출발한 공포가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일본 닛케이 4% 넘게 폭락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일제히 하락세 #2%대 하락 코스피는 오히려 선방 #공포 장세 당분간 지속 전망

6일 오전 일본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폭락했다. 오전 10시 35분(한국시간) 닛케이 225지수는 전일 대비 4.84%(1098.60포인트) 하락한 2만1583.48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지수는 1100포인트 넘게 추락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위험을 회피할 목적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급락의 충격이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번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광판.[연합뉴스]

미국 증시 급락의 충격이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번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광판.[연합뉴스]

폭락의 출발점은 태평양 건너 미국 증시다. 5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4.60% 하락하며 2만4345.75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1175.21포인트 추락했다. 하락률(4.60%)로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지만 지수 하락 폭(1175.2포인트)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주식의 가격은 경기에 따라 가격이 예민하게 움직인다. 위험 자산으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번지며 자금의 ‘증시 탈출’이 촉발됐다. 제롬 파월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취임, 예상을 웃도는 경기지표 호전, 원자재를 중심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소비자물가. 모두 금리 상승에 가속도를 붙일 요인이다.

증시 폭락에 일본 정부도 긴장 태세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ㆍ재정 재생상은 이날 “자본시장 동향이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재무장관은 “기업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4% 넘는 주가 급락세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공포는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오전 10시 35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하루 전과 견줘 3.27% 하락한 3만1191.76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16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가권지수(-3.21%),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3.68%) 모두 일제히 하락하는 중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도 개장 30분 만에 2% 넘게 폭락했다. 이날 한국 증시(-2.64%)는 오히려 선방한 편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급락의 여파로 코스피도 하락세다. 6일 오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급락의 여파로 코스피도 하락세다. 6일 오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일명 ‘공포 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VIX) 지수는 치솟고 있다. 5일(현지시간) VIX 지수는 37.32로 전 거래일(17.31)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 경기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5일 미국 증시 급락을 불러일으킨 촉매제는 일명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다.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매도 물량이 짧은 시간이 쏟아지면서 일어나는 주가 폭락 현상이다. 2010년 5월 뉴욕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플래시 크래시 현상이 이날 다시 나타났다. 세계 증시를 얼어붙게 한 유럽 재정위기의 ‘예고편’이기도 했다.

급락세가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그동안의 주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피로감이란 분석과 황소 장세의 끝이란 전망이 맞서고 있다. 일단 세계 증시에 번진 공포감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 현상은 이전의 급격한 주가 상승, 금리와 물가 상승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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