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 임명되자마자 '성희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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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10월 동부지방법원장 시절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신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10월 동부지방법원장 시절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9)가 임명 이틀 만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동아일보는 민 부장판사가 4년 전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해 물의를 빚은 사실이 4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4년 9월 23일 당시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였던 민 부장판사는 20여 명의 남녀 기자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고법 판사 7명도 참석했다. 이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민 부장판사가 받아들여 전교조가 항소심 판결 때까지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다음 날이었다.

술잔이 몇 차례 돈 뒤 민 부장판사는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신용카드 한장이면 된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석자들은 ‘신용카드로 여성이 원하는 걸 사주면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소를 띤 민 부장판사는 “이 정도면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했다. 당시 민 부장판사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는 여기자 3명이 있었다.

그의 부적절한 발언 직후 식사 분위기는 얼어붙었다고 한다. 동석했던 판사들은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애썼고 일부 기자는 민 부장판사의 팔을 붙잡으며 경고를 했다. 당황한 민 부장판사는 식사가 끝나자 “할 일이 남았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이어진 2차 회식 장소에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 뒤 언론이 취재에 착수하고 법원 내부에서 비판 의견이 나오자 민 부장판사는 식사를 함께한 여기자들에게 사과했다.

민 부장판사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사과했다. 지금도 부적절한 말을 한 데 대해 같이 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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