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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권위자의 경고 “생명 대멸종이 다가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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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책 속으로]  

지구의 절반

지구의 절반

지구의 절반: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인간 등장 이후 1000배나 빨라져 #지구의 절반을 보호구역 지정해야 #손 놓고 있으면 인류도 사라질 판

‘지구’라는 단어는 뜨거운 논란을 부른다. 좌파와 우파는 지구 보존 문제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지구의 대표 생명체인 인류의 생존은 북핵보다도 심각한 안보 문제다.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87)은 “지구의 절반을 생명에게 양보하라!”라고 절규한다. 그의 32번째 책이자 ‘인류세(Anthropocene) 3부작’의 마지막인 『지구의 절반: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을 통해서다. 3부작의 1권은 『지구의 정복자』, 2권은 『인간 존재의 의미』다.

윌슨은 ‘지구의 절반(half-earth)’을 보호구역·서식지로 지정해 인간의 손길을 차단하면 현재 생물 종의 약 85%가 생존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지구 생명체는 800만 종이다. 그중 600만 종은 아직 이름조차 없다. 지구의 반을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도 전체 종의 15%가 사라질 운명이다.

그렇게 해야만 지구에 닥치는 ‘6번째 대멸종’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윌슨의 판단이다. 윌슨이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유는 현생인류의 등장 이전과 비교할 때 현재 지구 위에서 1000배 빠른 속도로 생명체 멸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대략 1억 년에 한 번씩 대참사를 겪어왔다. 대참사 후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회복하는 데 1000만 년이 걸린다. 6500만 년 전에는 유성으로 공룡종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외부 원인이 아니라 인재(人災)다. 서식지 파괴, 외래종 확산, 오염, 남획, 기후변화 등이 대멸종의 원인이다. 특히 인구 증가가 문제다. 인구는 2050년 100억 명, 2100년 120억 명으로 늘어난다.

우주의 푸른 보석 지구. 『통섭』의 저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지금 당장 지구의 절반을 생명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NASA]

우주의 푸른 보석 지구. 『통섭』의 저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지금 당장 지구의 절반을 생명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NASA]

윌슨은 60년 넘게 생물 연구에 매진했다. 20세기를 뜨겁게 달군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의 창시자로 인종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개미 전문가’로서 450개의 개미 종(種)을 발견했고, 개미의 특성을 알기 쉽게 소개했다. ‘생물 다양성의 아버지(father of biodiversity)’로 불리고, 대중에게 영감을 주는 과학서를 집필해 퓰리처상을 두 번 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통섭』의 저자다.

그런 그가 ‘인류세’ 다음에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류가 사라진 ‘고독의 시대’인 ‘에레모세(Eremocene)’라고 경고한다.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생명 다양성 문제는 윤리적·종교적 문제이기도 하다. 윌슨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인간은 죽음이나 생명파괴보다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love of all living things)’인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성향이 더 강하다고 믿는 낙관론자다.

‘사람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볼멘 반응도 있다. ‘인류를 위해 얼마나 이로운가’가 생물 다양성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지구의 절반』은 시적인 표현과 높은 가독성이 인상적이지만, 행동 계획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윌슨 교수는 ‘로컬(local)’ 차원의 운동에 큰 희망을 걸고 있지만, 민족국가들이 만들어내는 국제정치의 현실에 어떻게 맞설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의 절반』은 일단 글로벌 차원의 토론을 자극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미 육지의 15%, 대양의 2.8%가 보호구역이다. 16만1000개의 국립공원, 6500개의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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