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급등’ 뫼비우스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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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급등을 두고 정치권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구도가 특이하다. 여야 간 1대1 대결 양상이 아닌,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을 둘러싼 여권의 신경전이 불러온 신 풍경이다.

한국당→친문→박원순→박근혜 정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왼쪽)과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왼쪽)과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포문의 첫 주자는 자유한국당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강남 집값 잡겠다면서 자사고, 특목고 폐지로 오히려 강남 집값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며 “‘언 발에오줌누기 ’식 단기처방이 남발되면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할 조짐”이라고 꼬집었다.
2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허와 실 ’정책 모임을 연 나경원 의원 역시 “노무현 정부의 데자뷔 같다. 아마추어 정부의 한계”라고 했다.

지난해 8ㆍ2 대책 등 현 정부 들어 6차례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급등세를 멈추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 그중에서도 ‘친문’ 진영을 타격한 꼴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였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10년 전 옥죄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자신의 과오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오기”라고 꼬집었다.

강남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지난 11일 최고 강도로 무기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4일 서울시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강남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지난 11일 최고 강도로 무기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4일 서울시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이에 대해 친문 진영은 맞대응을 하기보다 오히려 화살을 다른 곳으로 쏘고 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 대상이다. 586그룹 선두주자이자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지난해 말 집중적으로 서울에서 재건축 허가가 났다. 38군데나 된다”며 “올해 선거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나. 집값 급등의 책임이 박 시장에게 일부 있다”고 힐난했다. 지난달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우 의원은 당시에도 “박 시장이 서울 집값 급등을 방치했다”고 공격했다.

여권 내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역시 “(국토부) 관료들로부터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 집 값을 잡는 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우회적으로 박 시장을 비판했다.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을 따라잡으려는 후발 주자들이 일제히 부동산 급등의 주원인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박 시장에게 돌리는 형국이다.

이런 지적에 박 시장측은 즉각 반응하기보단 전(前) 정부 책임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놨는데,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고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했다. 그 후유증이 지금 드러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시장 측근은 “도시재생사업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발맞추고 있는데,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토록 내부 총질을 하는 건 지나친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부동산 책임론 순환 공방에 대해 일각에선 “부동산값 폭등에 대한 현실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당신 때문이야’라는 떠넘기기만 급급한, 정치권의 전형적인 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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