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역대급 실적 올린 애플…환호 보다 걱정이 더 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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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X' 품질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4분기에 매출 882억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당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200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분기 최고 기록을 세웠다.

비싼 가격에 매출 늘었지만 판매대수 줄어들어 #중국 수요 줄어들고 중국산 저가폰 맹추격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도 아이폰X 부진에 막혀

호실적은 출시 직후 반짝 인기를 끈 아이폰X이 견인했다. 4분기 아이폰의 전체 매출은 61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애플은 기종별 판매량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시장에서의 경우 아이폰X은 함께 출시한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의 합계 판매량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의 높은 매출과 다양한 사업의 성장으로 애플 역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며 "아이폰X은 우리의 기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매주 가장 잘 팔리는 아이폰이었다"고 밝혔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나머지는 아이패드와 앱스토어 등 서비스 사업 부문이 보탰다.

아이폰X

아이폰X

그러나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뜯어 보면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읽힌다. 우선 아이폰X 출시에도 아이폰 전체 판매 대수는 77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다. 애플은 대개 1년에 1종(대화면폰을 포함하면 2종)의 신작을 내지만 지난해의 경우 스마트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으로 아이폰X을 아이폰8과 함께 내놨다.  대화면폰 8플러스까지 합하면 사상 처음으로 한 분기에 세개의 플래그십폰을 매대에 올린 것이다. 이들 제품을 100만~140만원 안팎의 고가로 판매하면서 매출은 올랐지만 판매 대수 자체는 줄어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아이폰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최근엔 아이폰X의 판매량 마저 급격히 줄고 있다. 애플은 판매 목표치를 낮추고 부품 주문량도 줄였다. 애플은 올 1분기 예상 매출액을 600억~62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치인 665억 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는 2013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1억1300만대다. 여기에 오포‧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맹추격을 벌이고 있다. 이미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량 2위(아이폰7 플러스), 5위(아이폰7)로 밀려났다. 1위는 중국 오포의 ‘R9’이 차지하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도 상황이 순탄치 않다. CNN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4월부터 해외에서 수입되는 아이폰에 대해 15~2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저가 아이폰을 인도에서 직접 만들기 위해 방갈로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시작했지만 세제나 부품현지조달 등 규정에 가로 막혀 생산량이 미미하다.

애플은 이같은 환경 변화를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었으나 고급형인 아이폰X의 인기가 시들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X의 수요부진과 아이폰8·8플러스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시장컨센서스가 수주간 하락해왔다"며 "아이폰X의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한 이날 애플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1%이상 빠졌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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