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밀양서 반복된 '文式' 감정 정치…홍준표 "눈물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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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화재로 38명(28일 현재)이 사망한 세종병원을 27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려이 지난 27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밀양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눈물을 흘렸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려이 지난 27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밀양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눈물을 흘렸다. [청와대]

이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아마추어 정권이 사고만 나면 책임 전가에만 급급하고 ‘눈물쇼’만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면서 전혀 정치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에는 “정치는 보복, 경제는 무능, 외교는 굴욕, 사회는 재앙이다. 이런 말이 회자할 때 정권은 무너진다. 명심하라”고 적었다.
홍 대표가 ‘아마추어’, ‘눈물쇼’라고 주장한 대통령의 행보는 취임 이후 적지 않았다. 5ㆍ18 기념식,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 가습기 피해자 초청 간담회 등에서 여러차례 문 대통령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①5ㆍ18 기념식의 눈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19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광주 전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하루 만에 게재했다. 5ㆍ18 당시 아버지를 여윈 김소형 씨가 선친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에서 문 대통령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무대로 올라가 김 씨를 안아주는 현장 상황을 편집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5월 20일. 당시 청와대는 청와대가 운영하던 ‘활짝 청와대 이야기’라는 동영상 코너에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5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전날인 5월 19일 박 전 대통령이 생방송 된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역시 하루 만에 편집해 만든 영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가 동영상을 올리고, 새누리당에 이를 선거에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당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월호 관련 논란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해 있었다. 영상을 제작한 KTV 홈페이지에는 해당 영상이 삭제된 상태다.

3년 뒤인 지난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 측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문재인 채널’을 통해 ‘문재인의 눈물’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세월호 사고 추도식에서 문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들어있다.

②취임 후 3번의 현장 방문 사진

 지난해 5월 취임 후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공교롭게 참사는 집권 2년 차를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규모 5.4의 포항 지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포항 지진 때는 지진 발생 9일 후, 제천과 밀양 화재 때는 사고 발생 다음 날 현장을 찾았다. 참사 이후 방문까지 걸린 시간과, 두 번의 화재사고에서 각각 29명과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 때문에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의 표정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이 입주한 LH입주주택을 방문하고 있다. 2017.11.24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이 입주한 LH입주주택을 방문하고 있다. 2017.11.24 [청와대]

포항 지진 때 대피소가 마련된 포항여고 등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주로 복구 지원 등을 약속하며 우려 속에서도 웃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제천 화재와 밀양 화재 사건 때는 달랐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유가족의 손을 잡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20180127 밀양=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20180127 밀양=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세월호 때와 달리 제천 화재사고 이후 청와대에 게재된 동영상에는 사고 수습 장면만을 편집해 올렸을 뿐, 눈물을 보였던 유가족과의 면담 등의 장면은 별도로 영상으로 제작하지 않았다.

③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 된 포옹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8일 가습기 피해자를 만난 데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가습기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2017.8.8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2017.8.8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6일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에서 유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6일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에서 유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는 두 번의 행사를 거치며 문 대통령이 피해자, 유가족들과 포옹하는 장면을 부각한 사진을 공개했다.

같은 달 15일 광복절 기념식 때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포옹했고, 지난 4일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복동 할머니에게는 직접 병문안을 했다. 청와대는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만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는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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