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부장적이면...아내는 수면 부족 겪기 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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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수면 부족은 많은 한국인들이 겪는 문제다. [중앙포토]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수면 부족은 많은 한국인들이 겪는 문제다. [중앙포토]

7시간 41분. 한국인이 하루 중 자는 데 쓰는 시간(2016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 한국인은 매일 40분가량을 덜 자는 셈이다.

한국인 하루 8시간도 못 자, OECD 최하위 #20~60세 기혼 남녀 '수면 부족' 연구 나와 #수면 부족 주된 요인, 남성 '일' 여성 '가정' #남성은 업무 스트레스·야근이 부정적 영향 #여성은 성 역할 인식·자녀 돌봄 등 변수 커 #"남편이 돌봄의 주체로 나서야 수면 늘어"

 하루 7시간 아래로 자는 '수면 부족'은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다. 건강한 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지만, 수면 장애와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수면 부족에는 어떤 점이 영향을 미칠까. 남성은 '일' 때문에 적게 잘 가능성이 크지만, 여성은 '가정' 문제로 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21일 공개됐다. 주익현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생은 2004ㆍ2009ㆍ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참여한 20~60세 기혼 남녀 3만3160명의 수면 부족 상태를 분석했다.

 수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남녀에 따라 갈렸다. 직업과 미디어 이용 여부는 남성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직장에서 받는 높은 업무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 등이 남성의 수면 시간을 줄이는 이유라는 의미다. 반면 미디어 이용 시간과 수면 시간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수면을 충분히 취할 정도로 여유 시간이 있을 때 미디어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수면 부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에 따라 갈렸다. [연합뉴스]

수면 부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에 따라 갈렸다. [연합뉴스]

 여성은 남성보다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남자와 비교했을 때 성 역할 태도와 자녀 돌봄 여부, 배우자 특징 등 가정 내 문제에 따른 변수가 큰 편이었다. 특히 남편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가질수록 부인은 수면 부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남편으로부터 전통적인 주부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가사ㆍ돌봄 등 여러 가지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남편의 가사 활동이 늘어날수록 부인의 수면 부족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이는 부인이 가사를 많이 할 때 남편들이 일부 참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아이를 돌보거나 남편이 직업이 있을 때, 그리고 20세 미만 자녀가 있을 때 수면 부족을 겪는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대개 남성이 돌봄에 나서는 건 여성이 부재중일 때 자녀의 안전을 지키는 수준에서 실시된다. 남성의 돌봄과 여성의 돌봄이 다르기 때문에 여성이 받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여성이 수면 부족을 경험하는 것은 가사ㆍ돌봄의 분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면서 "남편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활동해야 부인들이 수면 부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구학'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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