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폴리스 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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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우리 남편 길을 나서네. 사모님, 미소로 윙크해 주세요.다투고 핸들 잡으면 스티커 떼게 됩니다.'

지난달 말 성남시 민방위 교육장에서 열린 주부들 대상의 교통안전교육 시간. 이 날 강사인 '폴리스 리'(본명 이강환)가 트롯트곡 '다함께 차차차' 를 개사한 '교통가요'를 부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교육장이 갑자기 공연장으로 뒤바뀐 듯 했다. 폴리스 리는 교통안전교육 강사로 인기가 높다.성남시에선 2년째 그를 전담 강사로 위촉했다.매월 1~2회 시 민방위 교육시간에 정기적으로 출강하고 있다.교통안전협회 등 각종 단체와 새마을운동본부 등 기관 연수 모임서도 강연한다.지난해 1년 출강이 무려 50회나 된다. 그는 30여년 간 경찰관으로 재직했다.1990년대 초 자신이 근무하던 분당경찰서 서장의 외아들이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을 때 교통안전 계몽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그는 안전띠 착용 및 음주운전 위험성 등을 일깨우는 노래로 만들어 널리 전파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때 '폴리스(경찰) 리'라는 예명도 만들었다. '낭랑18세'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트롯트 곡 노랫말을 지어 붙였다. 이렇게 만든 '교통가요'가 30곡이 넘는다.자비로 테이프도 5개나 냈다. '노래하는 경찰'로 나섰다.경찰서 배려로 외부 공연 의뢰에 모두 응할 수 있었다. 폴리스 리는 학창시절때 부터 노래를 잘했다.경동고 재학시절 학교 응원단장을 맡았고 공군 시절엔 연예대에 뽑혀 예하 부대를 돌며 사회(MC)를 보고 노래도 마음껏 불렀다.'딴따라 끼'는 경찰관 시절도 억제할 수가 없었다.주간 근무를 마친 후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심야업소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밤무대에 서는 경찰관-.'

세상이 많이 바뀐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한 일이다.경찰 동료들의 부모 회갑잔치 등 집안 행사에도 숱하게 '출연'했다.그의 MC 및 노래 솜씨를 아는 동료들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현재 폴리스 리는 성남시를 무대로 교통안전교육 강사 외에 봉사단 단장,라디오 DJ,가수로 활동 중이다.만능 재주꾼인 그는 91년 신도시 입주 초기부터 분당에 살았다.그를 알아보는 주민들도 많다. 지난해 경찰관 생활을 접은 그는 3년 전 2000여만원을 들여 반주기.스피커.앰프를 구입했다.행사 때마다 공연 장비를 빌려 쓰는 것이 너무 번거로웠다. 부인이 '거금' 사용을 반대했지만 그를 막을 순 없었다.이들 장비를 싣고 다니기 위해 9인승 카니발도 구입했다.자신을 부르는 데는 어디든지 즉시 달려가 '판'을 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래 전 염두에 뒀던 봉사단 창설도 실천에 옮겼다.
"부자 동네로 알려진 분당에는 독거노인 등 사회 소외 계층이 함께 살고 있다.그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늘 하고 싶었다." 지난해 1월 이매동 노래교실 출신 주부들과 함께 '참사랑봉사단'을 만들었다. 매월 한 번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공연 봉사'를 한다.회원 30여 명이 매월 1만원씩 갹출해 행사 비용을 댄다. 또 지난해 5월부턴 소출력 지역라디오방송인 'FM분당'에서 흘러간 가요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맡았다.50대인 그는 같은 나이 대 청취자를 대상으로 흘러간 가요를 선곡해 들려 준다. 또 중년 층이 관심이 가질 만한 기사들을 신문.잡지에서 추려 소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이크를 잡고 살아 처음 진행하는 방송인데도 두려움은 없다"며 "내 프로를 기다리는 청취자를 생각하며 방송 준비를 꼼꼼히 하고 있다"고 했다.

폴리스 리는 요즘 교통가요 테이프 주문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져 기쁘다.노랫말이 쉽고 사실적이라 재미있다는 주위 평이다.
'어린이 노약자 끼어들어요.폭주족 오토바이 나타날 수 있어요.항상 조심하세요.서행운전 차차차.' (개사곡 '서행운전 차차차')
'운전 기본법규도 모르면서 운전은 왜해.핸드폰 사용도 자기 맘대로.문열고 발차도 운전은 장난이 아니야.' (개사곡 '운전은 아무나 하나' )

그는 2002년 KBS-TV '좋은나라 운동본부' 등에 고정 출연하면서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격려편지를 받기도 했다.그 외에도 대통령 표창,손해보험협회와 경찰청의 교통안전대상,성남 시민봉사 대상 등 50여 개의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그는 독거노인 모두에게 칠순잔치를 열어 주는 게 꿈이다.자신이 사회를 보고 노래 등으로 흥겨운 시간을 마련해 줄 수는 있지만 음식 등 잔치 비용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그는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흥겨운 자리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주길 희망한다. 문의:016-407-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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