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의견 조율 후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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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15일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에 대해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정부는 실명제 등 특별대책을 추진하되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가상화폐 관련 손해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국무조정실이 부처 입장을 조율해 범정부적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거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12ㆍ28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등 수차례 암호화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투기과열 분위기에 편승한 범죄에 대해 단속ㆍ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거래 실명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작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ㆍ자금세탁ㆍ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ㆍ경찰ㆍ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과도한 가상통화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ㆍ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상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 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가상통화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논의ㆍ대응해 왔으며, 앞으로도 가상통화에 대한 부처 입장 조율 등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이에 청와대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서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이날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페이스북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구분해야 하며 블록체인 기술은 규제가 아니라 육성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을 정리해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그간 발표한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최근 부처간 암호화폐 관련 발언이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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