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물어보면 ‘인공지능 로봇’이 답한다

중앙일보

입력

“50대에 재취업을 하려니 막막합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뭐가 있나요?”

올해 안에 로봇이 24시간 답변 #서울시 행정 전반에 도입 계획 #시, 정보화사업에 2121억원 투입 #“청년일자리 2694개 창출 예상”

“서울 20여 개 대학에 있는 ‘서울자유시민대학’에는 다양한 무료 수업이 있습니다.”

A씨의 질문에 답변해준 이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로봇’이다. A씨가 평소 쓰는 채팅 프로그램에서 ‘친구 추가’를 하자 이런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로봇은 그에게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요?”하는 질문도 던진다. 결국 ‘맞춤형 수업’을 추천해줬다.

이런 가상의 상황이 올해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인공지능과 ‘챗봇(Chatbot·채팅 로봇프로그램)’이 결합한 형태다. 시민이 채팅 창에 서울시와 관련된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 로봇이 답변해준다.

로봇이 적합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질문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프로그램에 ‘친구 추가’를 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 시스템을 일부 행정 영역에 시범 도입해 2021년까지 교통·복지·주택·교육 등 전반으로 확대한다.

대구시가 만든 지능형 서비스 '뚜봇'의 캐릭터 입간판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만든 지능형 서비스 '뚜봇'의 캐릭터 입간판 [사진 대구시]

‘챗봇’이란 챗(Chat·수다 떨다)과 로봇(Robot)의 합성어다.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인공지능 로봇(기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에서 도입했거나 개발 중이다. 강남구엔 ‘강남봇’이, 대구시엔 ‘뚜봇’이 있다. 강남봇은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 때 이용하고, 뚜봇은 여권 분야를 상담한다. 김기현 서울시 정보기획관 주무관은 “서울시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특정 분야가 아닌, 행정 전반에 적용되는 점이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뚜봇 상담 이미지. [사진 대구시]

뚜봇 상담 이미지. [사진 대구시]

인공지능 서비스는 24시간 운영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페이지에 질문을 올린 후 답변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전화 연결이 안 돼 애를 먹는 일이 사라는 셈이다. 하지만 낮은 정답률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전에 입력된 질문 외에는 답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김기현 주무관은 “서울시의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물론, 질문과 답변을 유형화하고 분석한 결과를 반영해 답변의 정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시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포함한 정보화 사업 842개에 2121억원을 투입한다. 자치구로부터 지원을 받아 ‘사물인테넛(IoT)’ 도시도 추가로 조성한다. 이미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는 관광 안내,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는 어린이 위치추적 서비스에 IoT 기술이 적용돼 있다.

서울시는 이 정보화 사업 대부분을 민간 기업에 맡긴다. 이에 따라 청년 일자리 2694개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천억 서울시 정보기획관 IT투자심사팀장은 “서울시는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을 통해 행정서비스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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