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만 기댄 수출 증가는 위험”…국책연구기관이 경고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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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 편중도가 2.5로 2.0~2.1 수준인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품목이 수출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로 갑작스러운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수출 편중도 관련 보고서] #상위품목 편중도 미·중·일보다 높아 #최근 들어 반도체 비중 크게 높아져 #반도체 등 민감품목으로 좁히면 #수출 편중도 미·일의 2배 #갑작스런 외부 충격에 더 큰 타격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산업연구원이 7일 ‘수출 편중도의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수출액이 많은 최상위 5% 품목의 수출점유율이 74%(2015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상위(90~95%)와 차차상위(80~90%) 품목의 점유율은 각각 10%, 8%였다. 수출액이 많은 상위 20% 품목이 전체 수출의 92%를 담당하는 셈이다.

경쟁국이자 수출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 역시 상위 20% 품목의 수출점유율이 90% 수준이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한 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상위 10%의 품목을 얼마나 경쟁력이 강한 상품으로 수출 바스켓을 구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자료: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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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LCD), 휴대폰 등 IT 산업과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이 주력 수출 품목이다. 그러나 한국은 4개국 중에서도 수출 편중도가 2.5로 가장 높았다. 2008년(2.68)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일본은(2.08)·중국(2.02)·미국(2.01)과 격차가 컸다.

일반적으로 특정 품목에 수출이 집중돼 있으면 수출 변동성이 크다. 물론 한국은 1차 상품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산유국이나 저개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편중도가 높으면서도 변동성은 크지 않은데 이는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세계시장 지배력이 커 상대적으로 시장 변동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자료: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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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민감품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 품목 가운데 산업용 중간재나 자본재는 소비재보다 공급 충격이나 수요 충격에 민감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반도체가 있다. 한국은 2011년 이후 경쟁국보다 민감품목의 비중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등 IT 중간재 산업의 수출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윤 연구위원은 “민감품목의 수출 비중 확대는 수출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는 경우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은 민감품목의 수출 편중도가 1.23으로 미국과 일본의 약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변동성 역시 27.8로 미국(20.3)·일본(20.4)·중국(17.1)보다 컸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런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닥칠 경우 경쟁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무역에서 이런 100대 민감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7.6%에서 2015년 20.9%로 상승했다.

자료:산업연구원

자료:산업연구원

더 우려되는 건 반도체 집중 현상이 지난해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2017년 수출액은 5739억 달러(약 613조원)로 무역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가운 소식이나 사실상 반도체의 개인기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반도체 수출은 2016년 대비 357억 달러(57.4%)나 늘었는데 이는 전체 수출 증가액(784억 달러)의 46%에 달한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은 8.6%로 크게 떨어진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1~12% 선을 유지하다 2017년엔 17%까지 치솟았다.

윤 연구위원은 “수출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은 수출 바스켓을 얼마나 경쟁력 있는 우량품목으로 구성하느냐에 달렸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중소형 우량품목을 육성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도 소위 블루칩 수출 품목을 개발하고, 가치사슬을 확대하는 혁신적 경영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는 수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 개척과 국제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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