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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민 1300만 명 눈폭풍 경보, 보스턴 바닷물 홍수 … 작은 '빙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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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소방관이 폭설로 고립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폭탄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이날 이 지역 적설량은 30.5㎝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소방관이 폭설로 고립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폭탄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이날 이 지역 적설량은 30.5㎝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100년 만의 강추위에 미국 북동부가 꽁꽁 얼어붙었다. 길 가던 시민의 수염에 고드름이 맺히고 해변에선 얼어 죽은 상어가 발견됐다.

정전으로 5만 가구 난방 중단 #항공기 4800여 편 운항 취소 #뉴욕 주말 영하 20~30도 예고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강풍과 눈을 동반한 겨울 폭풍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안을 따라 유례없는 큰 파도가 일어 바닷물이 육지로 유입돼 홍수가 발생했고, 도로에는 작은 ‘빙산’이 떠다녀 운전자들의 발이 묶였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보스턴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며 “해안 근처에 있지 말라”고 밝혔다. 보스턴 경찰은 홍수로 차 안에 갇혀 있던 20명의 시민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북동부에 불어닥친 ‘겨울 폭풍’의 원인은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 때문이다. 폭탄 사이클론은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기류가 만나 만들어진 거대한 저기압 폭풍으로, 허리케인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바람과 폭설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클론이 유례없이 강력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며 이곳의 제트기류가 약화됐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차가운 기운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사망자가 10여 명에 달하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메인주부터 버지니아주까지 약 1300만 명의 주민에게 눈폭풍 경보가 내려졌다. 약 5만 가구가 정전으로 난방이 중단됐다. 4800여 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기차·페리 등 다른 교통수단들의 운행 중단 사례도 늘고 있다.

역대 최대급 한파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미국 남부 지역에도 들이닥쳤다. 남동부의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엔 30년 만에 눈이 내렸다. 따뜻한 지역에 사는 파충류인 이구아나가 얼어버린 모습까지 발견됐다.

NYT는 “이번 주말 영하 20~30도에 이르는 강추위가 예고된 뉴욕에선 생필품을 챙겨두려는 시민들 때문에 식료품점의 음식이 동났다”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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