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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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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난 5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됐다. 전인대의 전반적인 평가는 폐막 이후에 내려지겠지만, 이 자리에서 행한 원자바오 총리의 자신감 있는 연설은 많은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원 총리의 연설 속에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풀기 힘든 난제들도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는 당분간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이와 같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중국 경제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본을 지니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그보다는 다음 요인들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중국은 대단히 젊은 국가다. 중국의 평균연령은 32세에 불과하며, 이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을 지니고 있다. 특히 중국의 차세대 리더들에 해당하는 전문관료 중에는 50대 이상을 찾아보기 힘든 정도다. 이는 문화혁명으로 인해 50대 이상의 세대가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또한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인한 유학 열풍이 1980년대 중반 이후에나 시작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전문지식과 개방된 의식, 그리고 강한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중국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지도층은 미래의 문제점들에 대해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하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주변국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이 점에서 한국이 중국의 반면교사가 되곤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부실채권 문제의 해결에 돌입했고, 고도성장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대규모로 행하고 있다. 또한 비록 아직은 일부분이긴 하나, 중국 공산당은 직접 및 비밀 투표 등의 조심스러운 민주주의의 실험을 행하고 있다.

셋째. 중국 경제의 성장은 노동과 자본에 의한 성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 진보와 생산성 증가에 의한 성장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실증분석에서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노동과 자본 못지않게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 점은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과는 또 다른 특징이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과 자체적인 연구개발투자 등의 내부 요인에도 기인하지만, 동시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투자기업으로부터 파급되는 기술이전의 효과에 기인한다. 또한 중국의 내수시장이 매우 치열한 경쟁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중국 기업들의 빠른 생산성 증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중국 경제는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높은 개방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 역시 상대적으로 개방돼 있으며, 앞으로도 자본시장을 포함한 개방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며, 동시에 개방의 순기능을 중국의 지도부가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로 이와 같은 요인들에 풍부한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결국 중국 지도자들의 역량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지도층은 젊고 유능한 전문인력을 발탁하고 이들을 중용하는 포용력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신중함, 그리고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용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으며, 20년 후에는 현재 중국의 지도층이 과거 한국의 경우처럼 개발독재의 주역으로 매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과 자신에 찬 중국 지도자들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반면교사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로 중국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