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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반토막' 니퍼트는 kt행, 보라스는 체면 구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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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15승 무산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9회말 두산 니퍼트가 더그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7.10.3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니퍼트, 15승 무산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9회말 두산 니퍼트가 더그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7.10.3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은퇴 위기에 몰렸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가 프로야구 kt 위즈 유니폼을 입는다. 니퍼트는 4일 kt와 1년간 연봉과 계약금을 합쳐 100만 달러(약 11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210만 달러·약 22억원)였던 니퍼트의 연봉은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2011년부터 7시즌 동안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이 기간에 94승 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두산의 에이스였다.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료 선수들은 그를 '퍼트 형'이라고 불렀고, 두산 팬들은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이라며 좋아했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14승 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지만, 두산과 재계약하지 못했다. '두산에서 은퇴'라는 니퍼트는 꿈이 물거품이 됐다. 결별이 확정된 뒤 일부 두산 팬들은 니퍼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팀을 떠난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위해 두산 팬들이 돈을 모아 28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전면광고.

팀을 떠난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위해 두산 팬들이 돈을 모아 28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전면광고.

재계약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위가 예전만 못했다. 22승(3패)을 거뒀던 2016년, 니퍼트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7.1㎞(스탯티즈 기준)였는데, 지난해에는 시속 146.6㎞로 떨어졌다. 또 전반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괜찮았지만, 후반기에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4.99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선 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8.10, 그야말로 난타당했다. 협상 테이블을 앉은 두산은 니퍼트의 몸값을 확 깎으려 했다. 하지만 양측의 온도 차가 컸다.

두산은 결국 지난해 11월 25일 보류선수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할 경우, 두산은 KBO 규약에 따라 내년 니퍼트에게 올해 줬던 210만 달러의 75%(157만5000달러) 이상 줘야 한다. 두산은 그 이하 금액으로 계약하길 원했다. 결국 니퍼트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다.

스콧 보라스 [중앙포트]

스콧 보라스 [중앙포트]

니퍼트의 에이전시는 스콧 보라스(66)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다. 보라스는 지난해 포브스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에이전트' 1위에 선정된 '수퍼 에이전트'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구단과 협상에서 장기전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단의 애간장을 태우며 몸값을 올리는 전략이다. 선수들에게는 높은 연봉을 안겨 '천사 에이전트'로 불리지만, 구단들에겐 악명 높은 에이전트다.

과거 두산과 니퍼트의 재계약 시점을 살펴보면, 해를 넘긴 경우가 6번 중 4번이나 된다. 지난해에도 마감을 일주일 남기고 사인했다. 이번에도 몸값 줄다리기를 하다 두산이 먼저 손을 놔버렸다. 두산은 대신 지난달 11일 롯데와 재계약에 실패한 조시 린드블럼(31)을 145만 달러(약 15억원)에 영입했다.

니퍼트, 김진욱 감독과 다시 하이파이브   (서울=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이 불발돼 은퇴 위기에 몰렸던 더스틴 니퍼트(37)가 kt wiz에 새 둥지를 튼다. kt는 4일 니퍼트와 연봉 포함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니퍼트가 김진욱 감독과 함께 두산 베어스에 있던 시절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201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doh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니퍼트, 김진욱 감독과 다시 하이파이브 (서울=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이 불발돼 은퇴 위기에 몰렸던 더스틴 니퍼트(37)가 kt wiz에 새 둥지를 튼다. kt는 4일 니퍼트와 연봉 포함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니퍼트가 김진욱 감독과 함께 두산 베어스에 있던 시절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201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doh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급해진 건 니퍼트 쪽이었다. 37살의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미국이나 일본 무대 진출은 힘든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할 경우 은퇴가 수순처럼 보였다. 니퍼트가 시장에 나왔지만, 먼저 관심을 보인 구단이 없었다. 니퍼트 측에서 두산 시절 인연이 있는 김진욱 kt 감독에게 지난달 중순 먼저 연락했다.

 김진욱 감독은 확답할 수는 없었다. 당시 kt는 딜론 지(32) 등 현역 메이저리거와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영입을 추진했던 선수들이 속속 메이저리그 잔류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결정했다. 결국 kt는 지난해 함께 했던 돈 로치(29)를 비롯해 니퍼트, 에릭 해커(35) 등 KBO리그 출신 선수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자존심을 접고 몸값을 대폭 낮춘 니퍼트와 계약에 이르렀다.

2015년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kt는 3년(2015~17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꼴찌 탈출'을 위해 지난 시즌 직후부터 지갑을 활짝 열었다. 지난 연말 미국에서 돌아온 FA 황재균(31)을 총액 88억원에 영입했다. 니퍼트를 포함해서 외국인 선수 몸값으로만 305만 달러(약 32억원)를 썼다. 김진욱 감독은 "올해 목표인 5할 승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췄다. 니퍼트가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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