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영입한 외국인 타자 호잉, 이적료 단돈 1달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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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미국). 이적료는 1달러였다. [사진 한화 이글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미국). 이적료는 1달러였다. [사진 한화 이글스]

1달러(1060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29)을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지불한 이적료다. ‘1달러’ 이적료는 어떻게 된 걸까.

로사리오 거취 결정 기다리며 #에인절스와 ‘해외진출 자유’ 계약 #한화, 상징적 의미로 1달러 지급 #계약금+연봉은 7억4000만원

한화는 지난달 19일 호잉과 계약했다.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을 받은 호잉은 2016, 17년 메이저리그 74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0.220, 1홈런·12타점으로 공격력은 그저 그랬지만,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돋보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의 “넓은 대전구장에서 외야 수비를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호잉은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70만 달러(7억4000만원)다.

흥미로운 건 호잉의 이적료다. 단 1달러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거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를 데려오려면 원소속구단에 이적료를 줘야 한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의 경우 KBO리그 구단 간 경쟁으로 이적료도 급등 추세다. ‘괜찮은 선수’의 경우 50만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뛴 투수 중에는 ‘이적료 100만 달러’도 있었다.

한화가 호잉을 1달러에 데려올 수 있었던 건 선수와 구단,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사전조율 덕분이다. 2017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호잉은 일찌감치 한화와 계약키로 합의했다. 그런데 한화에는 37홈런을 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있었다. 로사리오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석장현 한화 운영팀장은 “일단 로사리오와 계약을 진행해 보류선수로 묶어야 했다. 호잉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호잉은 한화행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에인절스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마이너 계약을 했다. 대신 해외 진출 땐 자유롭게 놓아준다는 조항을 넣었다. 로사리오는 결국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떠났고, 호잉은 한화 옷을 입게 됐다. 석 팀장은 “그래도 이적료 지급 절차가 필요해 상징적으로 1달러를 줬다”고 밝혔다.

‘상징적 이적료’ 사례는 종종 생긴다. 최향남(47·글로벌선진학교 감독)은 롯데에서 뛰던 2009년 미국행을 타진했다. FA 등록일수가 3일 모자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약속한 최향남은 롯데 허락을 받아 포스팅 신청을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101달러를 주고 최향남을 데려갔다.

축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왕년의 중국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하오하이동(48)은 2005년 다롄 스더에서 잉글랜드 셰필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하오하이동은 빅리그를 경험하고 싶었고, 다롄은 오랫동안 구단에 헌신한 노고를 인정해 이적료 1파운드(1450원)에 셰필드로 보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소 이적료 기록은 알렉스(36·브라질)의 1유로(1300원)다. 첼시는 2004년 알렉스를 영입했지만, 워크퍼밋(취업허가서)을 얻지 못하면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이적 형식으로 임대 보냈다. 첼시는 3년 뒤 에이트호번에 이적료 1유로를 주고 알렉스를 되찾아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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