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위안부 갈등 일본,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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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에 협력'(니혼게이자이), '아프리카 지원, 일·중 협력'(요미우리)
일본의 유력지인 신문들의 31일자 1면엔 중국과 일본의 향후 관계에 대한 기사들이 나란히 크게 실렸다.

닛케이 "일본, 시진핑 일대일로에 협력" #요미우리 "아프리카 개발, 中日이 협력" #아베 총리와 시 주석 상호 방문 실현될까 #일본 정관계 '중국관계 개선' 올인 모드

내용은 좀 다르지만 큰 틀은 '일본 정부가 평화우호조약체결 40주년을 맞는 2018년의 주요 과제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꼽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태스크포스(TF) 검증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한·일 관계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힘을 쏟고 있는 거대경제권구상, 즉 ‘일대일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공동 사업을 벌이는 일본 민간기업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환경과 신에너지, 제3국의 산업고도화, 물류 분야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제협력은행(JBIC)이나 일본무역보험(NEXI)을 통한 금융지원 등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4월 개최를 조율하고 있는 한ㆍ중ㆍ일 정상회의가 이뤄질 경우 방일하게 되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구체적인 양국 공동사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다룬 니혼게이자이 신문 12월31일자 1면 기사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다룬 니혼게이자이 신문 12월31일자 1면 기사

요미우리는 "기간도로 정비 등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아프리카 개발 사업에 대한 중국의 참여를 일본 정부가 요청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중국의 협력을 제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이 정책 역시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기간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케냐의 도로와 다리 정비사업^카메룬과 콩고 공화국을 잇는 도로 정비사업^르완다의 도로개량·정비 사업 등이 양국간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특히 정치적으로도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최근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중국을 찾아 시 주석에게 방일을 요청한 데 이어 고노 다로(河野太郎)외상은 빠르면 1월 하순 중국을 방문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응 및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오른팔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일본 유력 언론들의 연말 기획 인터뷰에 연일 등장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진심으로 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30일자 닛케이 1면에 실린 스가 장관 인터뷰의 절반 정도가 중국과의 관계개선 문제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빨리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아베 총리가 방중하고,그 다음해인 2019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다. 닛케이는 "상호 방문의 환경이 갖춰질 경우 시 주석의 방일을 계기로 2008년 양국이 확인한 ‘전략적 호혜관계’에 이어 새로운 차원의 문서를 교환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아베 정권의 중국 올인 모드와 관련해 요미우리 신문은 "두 나라 관계의 개선은 2018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경선에서 3연임을 노리는 아베 총리에겐 좋은 재료"라고 관측했다.

또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자, 일본에겐 안보상 큰 위협인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밀접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라며 "일본이 비록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등을 앞세워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대립적인 관계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중국에 대해 강온책을 섞어 쓰는 것"이라고 봤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제창한 거대경제권구상. 중국으로부터 유럽까지를 육로로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 남중국해와 인도양 등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一路)로 구성된다. 인프라 정비 지원 등을 통해 대상지역에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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